일본의 거장 감독 이와지 슌지(55)가 한국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첫 번째 작품 ‘장옥의 편지’를 선보였다. 지난 16일 유튜브 Nestle Theater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총 4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는데, 각각 11분에서 19분 이내의 러닝타임으로 이동하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치 한 편의 광고를 보는 듯 아름다운 영상미와 따뜻한 색감을 가진 분위기, 배경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지난해 12월 3일 크랭크인해 3일 만에 촬영을 마친 ‘장옥의 편지’는 중고생 남매를 둔 40대의 중년 부부가 병이 든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벌어지는,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웃들의 삶을 담았다. 일본 감독이지만 한국의 가족 형태와 문화,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 김주혁과 배두나가 부부로 호흡하며 아역배우 신은수와 정준원이 남매로 나온다.
극중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은아(배두나 분)는 친구들을 만나 가족에겐 말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고부간의 갈등을 노출한다. 평일에는 회사일, 주말에는 잠만 자며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김주혁 분)에 대한 불만도 있다.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 같은 세대의 공감대를 불러 이끌어낸다.
연출을 맡은 이와이 슌지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배두나와 김주혁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프로듀서와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신중하게 캐스팅을 진행했다”며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세세한 뉘앙스까지 공감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김주혁은 이와이 슌지와의 작업에 대해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굉장히 좋았다”며 “요즘은 무언가를 빼고 연기 하려 한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대중에게 더 잘 전달 되는 것 같다. 고민하고 공부해서 더 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소속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김주혁과 배두나가 부부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이 연기에 몰입해 실제 같은 싸움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었고 인상적이었다”고 두 배우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뭉친 김주혁과 배두나의 앙상블은 극의 몰입을 배가시키며 뜨거운 공감을 일으킨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배두나와 김주혁에게 특별히 디렉션 점은 부부의 감정이다. “리허설을 하면서 대본을 상당부분 수정했다”며 “부부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도록 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배두나가 스스로 잘 헤쳐나갔다”고 미혼임에도 중년의 아내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고 극찬했다. 물론 김주혁과 배두나가 미혼인 데다, 오랜 시간 같이 살아온 중년 부부를 연기하면서 약간의 어색함도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사춘기인 자식들에게 치이고 시어머니에게 당하는 은아의 상황이 안타까움을 안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배두나가 주부로서의 모습을 최대한 강렬히 표현했다”며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은아가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커피를 통해 위로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번에 함께 작업한 김주혁, 배두나, 신은수, 정준원을 배우로서 굉장히 좋아한다”며 그들의 호연에 감사하다고 작품을 만든 소감을 밝혔다.
“언젠가 반드시 한국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다. 비록 단편작이지만 소원이 이루어졌다. 언어적인 문제는 있었어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웃음)”
이와이 슌지는 일본의 영화감독으로 뮤직비디오와 TV시나리오 감독으로 일하다가 1991년 드라마 ‘본 적 없는 내 아이’를 연출하며 본격적으로 감독으로 데뷔해 이후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연애중의 도시’ ‘립반윙클의 신부’ 등 여러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장옥의 편지'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