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집중분석] ‘파격 시프트+판단력’ SK, 힐만표 개혁 확인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28 15: 56

트레이 힐만 감독의 ‘SK 변혁 프로젝트’가 연습경기 첫 날부터 그 실체를 드러냈다. 수비 시프트와 주루에서의 과감한 판단력이 돋보였다.
SK는 28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선발 메릴 켈리(3이닝 무실점)가 쾌조의 피칭을 보여줬고 중심타선이 분전하며 연습경기 첫 판을 잡았다. 그러나 연습경기 결과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이날 SK가 보여준 달라진 ‘두 가지’ 모습에 더 큰 의미를 둘 만 했다.
우선 올해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예고된 수비 시프트다. 힐만 감독은 MLB 지도자 경력이 풍부하다. MLB에서는 유격수가 타자 시점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파격적인 시프트가 최근 유행이다. KBO 리그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경향이 있었는데 힐만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부터 이런 시프트를 연습하며 그 결과에 관심이 모였다.

결과적으로 첫 판은 성공적이었다. 이날 SK 선수들은 상대 타자의 성향에 따라 수비 위치를 조금씩 조정했다. 물론 연습경기고, 상대 전력 분석 자료를 완벽하게 건네주지는 않은 상황이라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롯데 타자들의 타구가 시프트에 걸리는 모습이 몇 차례나 드러났다.
외야수들도 움직였지만 내야도 중앙 수비의 핵인 김성현을 중심으로 조금씩 위치를 바꿨다. 2회 김대우 타석이 상징적이었다. 켈리가 투구를 위해 호흡을 가다듬을 때쯤, 2루수 김성현이 수비수들을 불러 수신호로 수비 위치를 지정했다. 김성현이 손짓을 하자 유격수 박승욱이 2루 베이스를 조금 넘었고, 3루수 최정이 유격수 방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3초 후, 김대우의 타구는 수비 위치를 1루 쪽에 잡고 있었던 김성현의 정면으로 갔다.
시프트가 아니어도 김성현의 수비 범위를 고려하면 간신히 쫓아가 잡을 수는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송구를 고려하면 역동작에 걸려 세이프가 될 확률이 높은 타구였다. 그러나 미리 위치를 옮긴 김성현은 아주 편안하게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했다. SK판 시프트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김성현은 이 상황에 대해 “사실 타자의 성향을 완벽하게 숙지하지는 못한 상황이었는데 시프트를 해봤다”라고 설명하면서 “꼭 나만 지시를 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수비 시프트 상황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벤치 지시가 없어도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포수 플레이트 앞에서의 판단력도 달라진 대목이었다. SK는 지난해 바운드볼이 나왔을 때 주자들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굳이 도루가 아니어도 진루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주자들의 물리적인 속도가 빠르지 않다보니 소극적인 부분도 있었고, 판단력에 있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또한 플로리다 캠프에서의 중점 보완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확 달라졌다. 롯데 투수들이 던진 공이 바운드가 돼 포수 미트에 정확히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 스타트를 끊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무려 6번이나 이런 상황이 나왔다. 2회 박정권 타석(주자 정의윤), 정진기 타석(주자 한동민), 4회 이재원 타석(주자 박정권), 6회 한동민 타석(주자 정의윤·김민식), 7회 최정용 타석(주자 이명기), 조동화 타석(주자 최정용) 때 모두 그런 장면이 나왔다.
크게 튄 경우보다는 포수 2~3걸음 정도에 공이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선수들은 이를 판단하고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어 모두 한 베이스씩 진루에 성공했다. 정수성 주루코치는 “선수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번 연습경기에서 주루사가 나오는 경우도 많겠지만,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첫 날부터 꽤 근사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SK의 야구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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