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과 류현경이 생각하는 배우, 더 나아가 아티스트의 본질은 무엇일까.
28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3월 9일 개봉에 앞서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아티스트’는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아티스트 지젤과 갤러리 대표 재범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블랙 코미디이다. 배우 류현경이 지젤 역을, 박정민이 재범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연출을 맡은 김경원 감독은 이날 “예술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두 주인공이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지젤은 재범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첫 전시회를 열게 되고 성공을 눈앞에 둔 순간 그녀의 심장이 멎어버린다. 좌절한 재범 앞에 지젤의 그림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데뷔와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진 지젤이 주목을 받자, 재범은 더 위대한 그림을 만들기 위한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계획하는데, 성공을 눈앞에 둔 재범의 앞에 다시 지젤이 나타난다.
김 감독은 이어 “시나리오 작업을 3년 전에 할 때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빨리 썼다”며 “어떤 것을 강렬하게 의도했다기보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느낌이 있었다. 블랙 코미디 같은 성격이 있어서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었을지 고민해 편집과정에서 더할 건 더하고 뺄 것은 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현대 미술과 예술에 대한 집중 취재를 했다라기보다 지금껏 살아오며 느낀 감정들을 풀어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했다. “취재를 위해 미술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술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만,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는 두 남녀의 심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젤 역의 류현경은 “촬영한 지 2년 만에 영화를 보게 됐다”며 “얼굴이 많이 어렸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젤이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려서 작품을 내듯, 연기자도 하나 하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다보면 좋은 성과가 있고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된다. 그것이 연기자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배우로서 소신을 밝혔다.
시나리오 자체가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류현경은 “단지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에서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고, 배우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회사원 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감 요소가 높을 것 같았다”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밝혔다.
갤러리 대표 재범을 연기한 박정민은 “(류)현경 누나는 친한 누나이기 전에 믿음직스러운 선배님”이라며 “그런 배우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고, 촬영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연기하는 걸 보면서 선배를 믿고 연기를 해도 되겠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류현경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호흡이 돋보였던 술자리 신(scene)에 대해 “상황에 맞게 대사를 주고 받았는데, 현경이 누나가 아니었으면 불편했을 신이었을 것 같다. 현경이 누나 덕분에 편안하게 잘 한 것 같다”고 류현경과의 호흡을 자신했다.
박정민은 이어 “제가 생각하는 배우의 본질은, 한 명의 신인 배우가 관객들 앞에 서기까지가 너무 어렵지 않나. 그 과정에서 내 신념을 굽히고 타협하는 것을 잘 버티고 그 본질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게 굉장히 어려운데 영화를 하면서 (배우의 본질)그런 과정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배우의 본질은 무엇보다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닌가 싶다”는 연기 철학을 전했다.
류현경은 "연기 창작자로서 배우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주실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배우는 아티스트가 아닐 수 있다. 두 가지 생각이 다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박정민은 "배우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제가 모르는 것도 많고 잘 하는 것도 많지 않다. 현재 더 나아가기 위한 연마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지금 아티스트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고 자평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