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 최익래 인턴기자] ‘고척 내야의 주인’ 서건창(넥센)이 홈구장에서 모처럼 기를 폈다. ‘완전체 테이블세터’가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28일 고척 스카이돔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을 8-3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우규민이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을 이끈 선수는 서건창이었다. 서건창은 2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해 5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테이블세터 파트너’ 이용규와 나란히 선발로 나서 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서건창은 앞서 일본 전지훈련 두 차례 연습경기와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이날 경기까지 다섯 경기 연속 선발 출장. 그러나 앞선 경기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일본 전지훈련 첫 경기였던 19일 요미우리전에서는 7번타자로 출장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대표팀이 이날 기록한 4안타 중 하나. 22일 요코하마전에 2번타자로 격상된 서건창은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서건창의 경기력은 정작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 와서 나빠졌다. 쿠바와 두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사사구 두 개를 얻은 것이 위안거리였다.
서건창은 28일 호주전에 리드오프 이용규 바로 아래 2번타자로 나섰다. 서건창과 이용규가 테이블세터로 함께 선발출장한 건 이 경기가 처음. 이용규가 팔꿈치 통증 탓에 하위타선과 벤치를 오갔기 때문이다.
테이블세터의 백미는 3회 공격에서 나왔다. 선두타자 이용규는 상대 투수 팀 애서튼의 첫 5구를 내리 파울로 걷어냈다. 몸쪽과 바깥쪽 어디로 던져도 커트해내는 ‘용규 놀이’를 선보였다. 제구가 흔들린 애서튼은 볼 네 개를 거푸 던지며 1루를 허용했다.
서건창은 지친 애서튼을 공략했다. 볼카운트 1볼 상황에서 한가운데 들어온 공을 그대로 받아쳐 2루타를 만들었다. 그 사이 1루에 있던 이용규가 홈을 파고 들었다.
이용규의 ‘용규 놀이’는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진가를 발휘해왔다. 이용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여섯 번의 국제 대회에 나섰다. 38경기 타율은 2할8푼6리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26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며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이용규가 진가를 발휘하고 서건창이 그 틈을 노리는 것. 이용규-서건창 듀오에게 바라던 모습 그대로였다. 고척 내야의 주인이 모처럼만에 기지개를 켰다. 대표팀 테이블세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