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프런트-현장 이분법? 같이 가는 것”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01 13: 56

KBO 리그 전반의 끊임없는 화두 중 하나는 바로 현장과 프런트의 조화다. 현장도, 프런트도 홀로는 야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 협력 관계지만, 때로는 다투며 견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간 KBO 리그는 현장의 힘이 막강했다. 프런트는 일종의 지원 임무였다. 여전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야구는 현장이 하고, 프런트는 그 현장을 충실히 지원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반대로 프런트의 비중을 높여 잡는 이들도 있다. “프런트가 팀을 만들고, 현장은 프런트가 만든 토대를 운영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메이저리그(MLB)는 전형적인 후자다.
올해 KBO 리그는 이 해묵은 논쟁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선수 출신 단장이 크게 늘어났다. 10개 구단 단장 중 6명이 프로 출신이거나 혹은 아마추어를 경험했던 경기인 출신이다. 예전에 비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단장도 늘어났다. KBO 리그에서 감독까지 역임했던 박종훈 한화 단장, 염경엽 SK 단장이 대표적인 인사다. 그간 몇몇 지도자들은 "프런트가 야구를 해봤나"고 힐난했었다. 하지만 '야구를 해본' 단장들의 득세 속에 이런 논리는 힘이 약해질 전망이다.

이에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프런트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근 한화 감독과 같은 이들은 이런 추세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한다. 대놓고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생각을 가진 현장의 야구인들이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서 김기태 KIA 감독은 “논란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서로 권력을 가지고 싸울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현장 야구가 어디있고, 프런트 야구가 어디있나”고 되물으면서 “서로가 같이 가야 하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빅볼·스몰볼을 딱 나누기 어렵고 때로는 공존해야 하듯, 현장과 프런트도 하나의 지점을 보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하나의 지점을 설정하고 공유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다.
김 감독의 그런 지론 속에서 KIA의 리빌딩도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다. 부임 당시 전력이 현격하게 약해져 있던 상황에서 김 감독은 인내심 있는 ‘리빌딩’을 선언했다. 구단도 부담을 주지 않았다. 3년 계약기간을 보장했고, 긴 호흡을 가졌다. 그렇게 서로가 손을 잡고 뚝심 있게 현안을 밀어붙인 결과, KIA는 객관적 전력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부임하셨을 때 어린 몇몇 선수들을 군에 보내자고 하시더라. 그 폭이 꽤 컸다. 구단이 반대한 것이 아니라, ‘감독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라고 되물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보통 감독은 자신의 재임기간 중 최대한 많은 선수를 보유하려는 욕심이 있는데 김 감독은 오히려 프런트의 편에서 구단의 미래를 생각한 것이다.
이에 구단도 화답했다. 지난 오프시즌에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현종 나지완을 잔류시킨 것을 비롯, 4년 총액 100억 원에 최형우를 영입하며 현장을 지원했다. 외국인 선수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김 감독이 재임 기간 중 항상 강조한 단어는 ‘동행’이다. 현장과 프런트의 2인3각 속에 KIA의 전망도 밝아진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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