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SK 프리뷰 8] ‘전성기’ 켈리, 무르익은 대망의 NO.1 도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01 13: 56

SK 코칭스태프는 팀에서의 3년차를 맞이하는 메릴 켈리(29·SK)에 대해 “철저한 프로”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할 일은 다 하는 스타일이다. 성실하고 성격도 좋아 신경 쓸 일이 많지 않다.
그렇게 항상 여유있는 모습이었던 켈리는 올해 좀 더 독해진 기운을 풍긴다. 켈리는 지난 2년간 오키나와 연습경기 일정은 거의 건너뛰었다. 연습경기 막판에나 등판하거나, 혹은 시범경기에 첫 실전등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라졌다. SK의 오키나와 연습경기 첫 일정이었던 지난 2월 28일 롯데전 선발이 켈리였다.
켈리는 이날 40개의 투구를 예정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좋은 결과가 아닌, 밸런스 점검이 목표이기 때문에 패스트볼을 30개 이상 던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 켈리는 포심, 투심, 커터 위주로 이날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벌써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등 3회까지 단 26개의 공으로 롯데 타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나머지 14개의 공은 불펜에서 마저 채우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켈리는 예년에 비해 연습경기 출격 일정이 달라진 것에 대해 ‘준비 기간의 여유’를 이유로 설명했다. 켈리는 “비활동기간이 2주 늘어났고, 그만큼 개인 운동을 할 시간이 있었다. 미국 캠프가 늦게 시작해 여유가 있었고 준비가 다 된 상태로 플로리다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켈리는 플로리다 합류 이후부터 ‘살벌한’ 공을 던졌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한목소리다. 제춘모 투수코치는 “공이 승천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공을 받아본 포수들도 “올해도 걱정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다. 한편으로는 불펜 한 번, 라이브 피칭 한 번하고 오키나와 실전에 등판했으니 켈리의 준비 태세가 얼마나 철저하고 확실한지 알 수 있다.
이런 켈리는 몸 상태에 대해 “괜찮다”고 자신하면서 “오프시즌 일정이 다르고 첫 등판이라 약간 어색한 점도 있지만 첫 연습경기 치고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런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켈리는 김광현이 빠진 SK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나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켈리도 커진 책임감을 이야기한다. 또한 ‘최고’에 대한 야심도 이제는 숨기지 않는다.
켈리는 지난해 31경기에 나가 200⅓이닝을 던졌다. 승운이 없어 9승(8패)에 머물렀지만 3.68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4위이자, 2015년(4.13)보다 더 좋아진 성적이었다. 또한 그는 200이닝을 넘게 던진 리그 단 3명의 투수(헥터·켈리·양현종) 중 하나이기도 했다. 승수가 적긴 했지만 그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헥터에 이어 리그 2위였다.
이제 한창 전성기를 보낼 나이라 올해는 더 좋은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에도 도전할 위치다. 그간 ‘꾸준한’ 투수의 이미지가 강했던 켈리도 ‘No.1’ 도전에 대한 질문에 “물론 그런 생각이 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경쟁은 당연한 마음가짐이다”라면서 “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그러면서 안 좋은 점을 보완해 매 경기 더 발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켈리의 ‘No.1’ 도전이 시작됐다.
2017년 프리뷰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현역 유니폼을 입고 켈리와 호흡을 맞추고 싶을 정도다. 워낙 다양한 구종을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이런 선수와 함께 한다는 것은 포수로서는 가장 큰 재미”라고 후배들을 부러워(?)한다. 최고 150㎞를 상회하는 포심패스트볼에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켈리는 리그 최정상급 체인지업에 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까지 구사한다. 이미 기량 자체는 검증을 마치고도 넘친다. 김광현이 빠진 SK 선발 로테이션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로 부상만 없다면 올해도 200이닝에 근접한 이닝과 두 자릿수 승수를 보장할 수 있는 리그의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박 코치는 “켈리가 지난해 최소 13승 이상은 거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년간 받지 못했던 타선 지원을 좀 더 받을 수 있다면, 리그 최고 투수 후보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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