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 놀러왔어?” 현대캐피탈 깨운 최태웅의 일갈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01 15: 50

[OSEN=최익래 인턴기자] “여오현, 놀러왔어?”
현대캐피탈은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경기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따냈다. 이날 승리로 1위 대한항공과 승점 차를 8점으로 좁혔다.
현대캐피탈은 우승을 향한 살얼음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대한항공은 세 경기, 현대캐피탈은 네 경기를 남겨뒀다. 승점 차는 11점.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 뒤 대한항공의 전패를 바라야 했다.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 물론 가능성은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절박하지 않았다. 마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 중반 16-7까지 앞섰다. 더블 스코어 이상의 리드. 그러나 OK저축은행의 맹추격을 뿌리치지 못하며 25-21로 힘겹게 1세트를 가져갔다.
기세를 탄 OK저축은행은 2세트 초반에도 모하메드를 앞세워 14-7까지 앞서나갔다. 그러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뿔났다. 최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러 선수단을 소집했다. 그러나 별다른 작전 지시가 없었다. 최 감독은 잠시간의 침묵을 유지한 뒤 “뭐해? 놀러왔어? 놀러왔냐고?”라며 일침했다. 이어 여오현을 바라보며 “여오현, 놀러왔어?”라고 따끔하게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2세트 초반 6-10으로 뒤진 상황에서 첫 번째 작전 타임을 불렀다. 이때만 해도 최 감독은 다양한 패턴을 지시하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미소를 유지했다. 그러나 두 번째 작전 타임 때는 달랐다. 단순히 스코어에서 밀리기 때문이 아니었다. 무기력하고 집중력 없는 선수들을 자극한 것이다.
최태웅 감독의 시선이 향한 이는 딱 두 명. ‘캡틴’ 문성민과 ‘최고령’ 여오현이었다. 두 명을 따끔히 질책하자 선수단 전체가 자극받았다. 득점이 나올 때면 코트 위에서 선수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노력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23-23 동점까지 따라갔다. 상대가 9점을 얻는 동안 16점을 얻은 것이다. 양 팀 모두 2세트를 내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승부했다. 결국 일곱 차례 듀스로 30-30까지 계속됐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서브 에이스로 분위기를 바꾼 뒤 최민호의 블로킹 득점으로 2세트를 32-30으로 가져갔다. 그야말로 진땀승부였다.
현대캐피탈은 힘겹게 분위기를 가져온 뒤 3세트도 가져가며 경기를 '셧아웃'으로 끝냈다. 잠들 뻔한 현대캐피탈을 깨운 것은 최태웅 감독의 한마디였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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