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까지 왔는데 대충할 순 없다. 팀을 이기게 하러 왔다".
한화가 심사숙고 끝에 영입한 '거물 외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첫 모습을 드러냈다.
비야누에바는 지난 1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시작된 한화의 2차 스프링캠프 첫 날 오전 훈련을 소화했다. 미국 마이애미-댈러스-한국 인천-일본 후쿠오카-미야자키를 오가는 강행군 탓에 피로가 남아있었고, 팀에서도 자율 훈련으로 배려해줬다. 그런데도 스스로 훈련을 자청하며 선수단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에서 11년, 그것도 최근 10년간 풀타임으로 활약한 거물이다. 현역 외국인선수 중 최고 수준의 커리어다. 하지만 KBO리그에선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화려한 명성보다 초심으로 진중하게 다가서는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다. 메이저리그 시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비야누에바, 9년 연속 가을 야구에 실패한 한화. 지향하는 목표도 같다.
다음은 1일 미야자키 기요타케구장에서 만난 비야누에바와 일문일답.
- 팀에 합류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한국에 오게 돼 정말 흥분되고 기쁘다 중간에 합류하게 됐는데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가족처럼 대해줘 고맙다."
- 어떻게 해서 한국행을 결정하게 됐나.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이 있는 편이고, 올해 야구인생에서 진로를 선택하고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팀에서도 많은 오퍼가 들어왔지만 대부분이 우승을 목표로 한 팀이 아니었다. 중하위권 팀들에게 많이 왔고,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한화에서 마침 좋은 제의가 왔고, 가족들과 상의한 결과 여기에 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야구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이고 기회인 것 같다.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 메이저리그에서 11년, 10년 풀타임 선수로 기대가 크다.
"팬들이 기대를 많이 가져주는 것이 기쁘다.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된다. 지구 반대편으로 온 것은 대충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팀을 이기게 하기 위해 왔다."
- 한화행 결정 직전에 윌린 로사리오와 통화했다고 들었다.
"로사리오를 포함해 여기에서 뛴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봤다. 정말 리그를 얕보면 안 되고 수준이 높다고 들었다. 로사리오는 특히 여기 음식이 입에 잘 맞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해줬다."
-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내 강점이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 많이 평가된 것 같다. 일단 성공하려면 기회가 많이 오지 않는데 어리고 전성기일 때 기회를 잘 잡아 10년 넘게 하지 않았나 싶다".
- 변화구와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도미니카공화국 투수들처럼 파워피처는 아니다. 경기운영능력이나 4가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 카운트가 몰렸을 때도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는 투수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 경기 준비를 남들보다 많이 하는 편이다. 빠른 공을 가진 투수가 아니라 그만큼 공부를 해서 운영과 제구로 승부한다."
- KBO리그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갖고 있나.
"한화에 오게 된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여유 있게 비디오를 보거나 연구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결정하고 나서 로사리오에게 간략하게 한국야구에 대해 물어봤다. 시범경기에 들어가면 직접 상대해보고, 전력분석팀에게 여러 자료를 요구할 것이다."
- 합류 전까지 어떻게 몸을 만들고 있었나.
"도미니카공화국과 마이애미를 왔다갔다하며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몸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선발로 몸을 만든다. 선발에서 중간으로 가는 게 쉽기 때문에 선발투수로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있었다."
- 메이저리그 시절 느린 커브볼, '이퓨스볼'이 화제였다.
"아주 아주 느린 커브볼이다. 선발투수인 만큼 구종이 많은 게 유리하다. 가끔 빠른 볼 들어갈 타이밍에 이런 공을 던져주면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 유리함을 가져가기 위해 장착했고 연습했다. 한국에서도 던질 것이다. 언젠가 한 번 보여드릴 것이다.".
-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할텐데 첫 날 오전 훈련을 소화했다.
"항상 어릴 때부터 팀이 먼저라는 것을 배워왔다. 외국인선수라고 특별 대우를 바라고 싶지 않다. 항상 팀과 똑같이 하고 싶다. 난 이제 한화 이글스다. 물론 몸이 피곤하고 남들보다는 훈련량이 적겠지만 항상 팀과 같이 움직이며 훈련하고 싶다."
- 어느 선수나 그렇지만 이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커보인다.
"메이저리그 있는 동안 포스트시즌을 두 번 가봤다. 201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그때 내가 생각해도 정말 강한 팀이었다. 시즌 100승째를 거둘 때와 포스트시즌 확정 경기에서 던진 적이 있다.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다. 나이 때문에 이제 메이저리그 우승권 팀들에게선 오퍼가 오지 않았다. 이제 (개인) 경쟁보단 (팀) 우승을 원한다. 이 먼 곳까지 온 것은 팀을 이기게 하기 위해서이다."
- 그래도 개인적인 목표를 꼽아 보자면 어떤 게 있을까.
"개인 성적을 목표로 정해놓고 시즌을 시작하게 되면 그것만 보고 달려가게 된다. 개인 목표는 숫자로 정하지 않는다. 항상 팀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시즌이 끝난 뒤 오프시즌에 기록을 본다. 미리 정하곤 하지 않는다. 목표를 이룬 뒤 나태해질 수도 있다. 팀 위주로 하기 위해 개인 목표는 정하지 않는다."
- '신인처럼 뭐든지 시켜달라'는 말을 했는데 무슨 이유인가.
"메이저리그 출신이라고 남들한테 대우받고, 그걸 이용해서 위에 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마운드 위에서 공으로 직접 보여줘야 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경력은 대단한 것이지만 한국에도 대단한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다 같은 야구선수들이다. 마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