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를 대표하겠다".
KIA 2016년 드래프트 우선지명자이자 고졸 2년차를 맞는 우완 김현준(21)이 원대한 목표를 설정했다. 그냥 10승 투수, 혹은 선발투수가 꿈이 아니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시원시원한 성격만큼이나 꿈도 거창했다. 2017년 스프링캠프에서 히든카드로 주목받으며 그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실전에서 주목받은 장면은 2월 20일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였다. 팀의 네 번째 투수로 7회에 등장한 김현준은 세 타자를 모두 1루 땅볼-1루 땅볼-우익수 뜬공으로 가볍게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그런데 투구수는 단 3개였다. 모두 1구에 끝냈다. 김현준은 "볼 3개로 이닝을 마치는 것도 목표였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모두 직구였고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스피드는 137~141km를 기록했다. 작년 시즌의 구속과 비슷했는데 볼의 힘이 남달랐다. 모두 회전력이 뛰어나 방망이에 막힌 것이다. 이같이 볼의 힘이 좋아진 것이 그를 히든카드로 부르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현준은 투구폼을 완전히 개조했다. 김현준의 싸움닭 기질을 보고 원조 싸움닭 조계현 수석코치가 직접 지도하고 있다. 조 수석코치는 "투구폼을 모두 뜯어고쳤다. 공격적인 투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마운드에서 약한 마음 없이 피해가지 않는 투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준에게 무엇을 바꿨는지를 묻자 팔을 들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팔꿈치를 앞으로 내밀면서 볼을 때려야하는데 손으로 먼저 던지려다보니 볼에 힘도 없고 제구력도 들죽날죽했다. 상체를 흔들리는 점을 고정시키고 하체 중심의 투구로 바꾸었다. 느린 폼도 빠르고 경쾌한 리듬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전에서 볼이 달라졌다. 그는 "스피드가 145km까지 나왔다. 작년에는 140km 넘기도 어려웠는데 스피드가 붙는 것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준의 불펜투구를 지켜보는 이들도 하나같이 "볼을 앞으로 끌고 나와 때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다른 투수들에 비해 눈에 띠게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현준의 볼이 좋아지면서 1군의 주력 자원으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대진 코치는 "현준이의 지금 상태라면 충분히 1군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여러가지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도 "현준이가 많이 좋아졌다. 새로운 투수가 성장하면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캠프에 대비해 체중을 5kg 늘렸지만 아직은 몸이 마른 상태이다. 더욱이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실전을 통해 경험도 충분히 쌓아야 1군용 투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은 "좀 더 살이 쪄야 한다"면서 "올해 당장은 1군에서 뛰는 것이 목표지만 장차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며 유난히 큰 눈을 반짝거렸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