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잃으면 다 잃는 거다."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다 정리되고 위안을 받는 것 같은 기분. 시청자들이 '김과장'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11회에서 김성룡(남궁민 분)은 회생안 프로젝트 실패로 인해 경리부가 해체되자 분노와 자괴감을 이기지 못했다. 벽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서율(이준호 분)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경리부를 원상 복귀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두가 김과장에게서 등을 돌린 것도 아니었다. 경리부 직원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김성룡을 걱정하며 위로했다. 특히 추남호(김원해 분)는 집에 돌아온 김성룡을 위해 손을 치료해주고 국을 끓여주는 등 진심으로 그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자책은 그 쯤이면 충분해. 더 그러고 다니면 그게 더 민폐야. 뭐라고 하는 사람 없는데 왜 그러냐"는 추남호에게 김성룡은 "내가 나를 용납 못하겠다", "예전에는 나만 흥하고 나만 망했는데, 다 망하게 해서 괴롭다", "대책없이 덤벼들었다가 뒤통수 맞고 경리부 찢어지게 만들었다. 쪽팔린다", "차라리 대놓고 욕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에 추남호는 "그러면 너나 우리나 다 잃는거야. 사람을 잃으면 다 잃는거다. 부서는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자"며 끝까지 버티자고 당부했다. 김성룡의 말대로 지금껏 그는 혼자 잘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인물. 인생 최대 목표는 삥땅한 돈으로 덴마크로 떠나 떵떵거리며 잘 사는 것이었다. TQ그룹에 입사를 하게 된 것 역시 더 큰 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심에서였고, 그래서 그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의인이 되고, 온갖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이 됐다. 또 경리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김성룡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됐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의미가 있음을 제대로 깨닫게 됐다. 이는 경리부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사람과 사람이 주는 신뢰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고 대단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김과장'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인 김성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와 대리만족을 안겨왔다. 남궁민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함께 갑들에게 전하는 일침이 속을 뚫어주었던 것.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었다. 하나의 회사를 구성하는 이들 중 중요하지 않은 이가 없음을 매 순간 각인시켜줬다. 모두에게 하찮은 존재라 여겨지던 경리부의 반란이 주는 쾌감과 위로, 이것이 '김과장'을 애청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parkjy@osen.co.kr
[사진] '김과장'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