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칼럼] 밴드 산울림의 김창훈(61)이 새 밴드를 결성했다. 형제들이 어렸을 적 살던 동네가 서울 흑석동이라 밴드 이름을 ‘블랙스톤즈’(Black Stones)라 지었다. YB밴드 출신의 유병열 한국예술원 기악과 교수(기타), 김태일 세종대 기악과 교수(베이스), 안치환과자유 출신 나성호(드럼), 그리고 김창훈(보컬 기타). 이렇게 4인조다. 그야말로 베테랑들로만 짜여진 호화 멤버다. 2일에는 블랙스톤즈의 첫 싱글 ‘독백’이 나왔고, 3~5일에는 서울 마포구 드림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앞으로 블랙스톤즈라는 이름으로 10년은 더 음악활동을 하겠다고 한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인터뷰에 앞서 산울림과 김창훈을 조금은 자세히 소개하면 이렇다. 산울림은 김창완 김창훈 고(故) 김창익, 3형제가 1977년 결성, 1997년까지 정규 13집을 낸 전설의 밴드다. 히트곡은 ‘너의 의미’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아니 벌써’ ‘독백’ ‘회상’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장이’ ‘안녕’ 청춘’ ‘떠나는 우리 님’ ‘소녀’ 가지마오’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찻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나 어떡해’ ‘무지개’ ‘소낙비’ ‘빨간풍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내 마음’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은 서울대 농대 재학 중이던 1976년 교내밴드 샌드페블즈 5기로 활동했다. 그가 샌드페블즈 후배기수(6기)에게 만들어줘 1977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노래가 바로 ‘나 어떡해’다. 김창훈이 작사작곡한 산울림 노래는 ‘나 어떡해’를 비롯해 ‘골목길’ ‘그얼굴 그모습’ ‘이 기쁨’ ‘내마음’ ‘아무도 없는 밤에’ ‘그대는 이미 나’ ‘친구야’ ‘특급열차’ ‘오솔길’ ‘봄’ ‘포도밭으로 가요’ ‘독백’ ‘산할아버지’ ‘무지개’ ‘새야 날아’ ‘소낙비’ ‘옷 젖는건 괜찮아’ 등이다. 솔로 앨범도 4장이나 냈다. 1992년 1집 ‘김창훈’, 2009년 2집 ‘The Love’, 2012년 3집 ‘행복이 보낸 편지’, 그리고 지난해 4집 ‘호접몽’이다.
= 우선 밴드 결성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김창훈) “지난해 설 때 형(김창완)과 저녁식사를 하는데, ‘훈아 곡 좀 많이 쓰고 발표도 해봐라’라고 하셨다. 그동안 음악 얘기는 많이 했지만 그때만큼 진지하게 말하신 적은 처음이었다. 이게 자극제가 돼 결국 지난해 10월 4집 ‘호접몽’을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밴드 활동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래서 주위의 소개를 받아 여기 큰 아우(유병열)를 알게 됐고, 큰 아우가 다른 아우들(김태일 나성호)을 데리고 왔다. 밴드를 결성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유병열) “우리 세대에게는 산울림에 대한 특별한 정서가 있다. 내가 중3때부터 기타를 쳤는데, 산울림 노래는 포크하는 사람들한테 교과서 같은 존재였다. 가사는 쉬워 보이는데 철학적이고, 음악 역시 쉬워 보이는데 실제는 어려운 게 바로 산울림 노래다. 그러던 차에 형님이 밴드에 도전하신다고 해서, 곧바로 하겠다고 했다. 형님이 쓴 좋은 곡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예전에 같이 ‘비갠후’라는 밴드를 했던 나성호와 김태일을 불러 밴드 세팅을 끝냈다. 건반은 객원을 쓰기로 했다.”
(나성호) “병열이 형이 하라고 하셔서 합류했다(웃음). 개인적으로 음악을 한 지 30년이 넘다보니, 김창훈 선배님이랑 결합되면 좋은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어렸을 적 산울림 노래는 모르는 곡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으며 자랐다.”
= 블랙스톤즈라고 밴드 이름을 지은 이유는.
(김창훈) “밴드 이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형은 ‘김창훈밴드’, 이런 식으로 짓지 말라고 하셨다. 개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다 전철을 타고 연습실을 가는데 전광석화처럼 ‘블랙스톤즈’가 떠올랐다. 우리 형제들이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가 바로 흑석동(黑石)이었다. 아우들도 만장일치로 블랙스톤즈를 좋아해줬다.”
= ‘독백’이라는 곡이 디지털 싱글로 나왔다. 블랙스톤즈의 첫 싱글인 셈이다.
(김창훈) “이 곡이 1981년 발표된 노래니까 36년만에 리메이크되는 셈이다. ‘독백’은 군대 갔다와서 낸 산울림 7집에 실렸는데, 타이틀곡은 ‘청춘’과 ‘가지마오’였다. 그래서 ‘독백’은 어쩌다 공연할 때만 부르던 노래였다. 때문에 대중이 라이브로 이 노래를 들어본 적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블랙스톤즈의 첫 싱글을 통해 이런 갈증이 많이 해소됐으면 좋겠다.”
(유병열) “‘청춘’도 좋아했지만 ‘독백’도 어렸을 적 정말 좋아했던 곡이다.”
(김창훈) “‘독백’ 가사 중에 ‘하릴없이’라는 단어가 있다. 큰 아우에게 그 뜻을 물어보니 ‘할 일 없이’로 알고 있더라. 하지만 ‘하릴없이’는 ‘어쩔 수 없이’라는 뜻이다. 이번 리메이크 싱글을 통해 ‘독백’의 정확한 가사가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
= 3~5일 공연에서는 어떤 곡들을 선보이나.
(김창훈) “일단 산울림 노래 중에서 내가 쓴 곡들을 골랐다. ‘나 어떡해’ ‘산할아버지’ ‘회상’ ‘내마음’ ‘독백’ 등이다. 이 노래들에 블랙스톤즈 개성과 칼러를 입힐 것이다. 그리고 개인 앨범의 타이틀곡과 샌드 페블즈의 노래들도 소개할 것이다. 이밖에 김완선의 ‘나홀로 뜰앞에서’와 ‘오늘밤’, 톡식의 ‘이상형’ 등 후배가수들에게 선물한 곡도 들려드릴 예정이다. 20곡 정도 준비해놓았다. 게스트는 없다.”
= 김창훈과 샌드 페블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창훈) “맞다. 내 음악적 뿌리가 산울림에도 있지만 샌드 페블즈에도 있다. 내 음악이 대중들한테 처음 알려진 게 샌드 페블즈였으니까(‘나 어떡해’). 얼마전 샌드 페블즈 1기 선배님들을 찾아뵙고 블랙스톤즈 출범소식을 전해드렸다. 지금 내 일을 봐주는 조온성 대표도 샌드 페블즈 17기 후배다.”
= 보컬 트레이닝까지 받으셨다고 들었다.
(김창훈) “40년 동안 누구에게 보컬을 사사하고 그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용기를 내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그동안 몰랐던 것을 새로 깨닫고 있다. 이번 공연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처음 서는 무대가 될 것이다.”
= 블랙스톤즈 활동 계획은.
(김창훈) “우선 ‘독백’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산울림의 과거 발표곡에만 안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창작에 몰두해 계속 싱글을 낼 것이고, 이를 묶어 연말이나 2018년 초에 첫 정규앨범을 낼 것이다. 좋은 공연 프로그램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3월 중에 두번째 싱글이 나온다. 블랙스톤즈를 통해 아우들의 음악적 역량이 더 꽃을 피우기 바란다.”
(유병열) “형님이 젊은 나이가 아닌데 밴드에 도전하신다. 블랙스톤즈가 잘 돼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
(나성호) “앞으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멤버 모두가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김창훈) “동생들과 의기투합해서 밴드를 론칭한 만큼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함께 가고싶다. 1차로 10년은 블랙스톤즈 이름으로 음악을 하자고 약속했다.”
/ kimkwmy@naver.com
사진 =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