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으면서도, 강했다. KIA 외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30)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2017년을 열었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출발에 올해 전망도 덩달아 밝아지고 있다.
헥터는 2일 일본 오키나와현 긴스타디움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헥터의 2017년 첫 실전 경기. 결과는 무난했다. 2이닝 동안 27개의 공을 던지며 3개의 안타를 맞기는 했으나 1실점했다. 1실점은 1회 수비수 실책이 빌미가 된 비자책점이었다. 빠른 공 구속은 140㎞에서 최고 146㎞까지 나왔다.
눈에 띄는 점은 이날 헥터의 구종 선택이었다. 헥터는 이날 27개의 공을 모두 패스트볼로 던졌다. 물론 이맘때 연습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는 물론, 국내 선수들도 패스트볼 비중을 높여 밸런스를 테스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예 변화구를 하나도 던지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말 그대로 몸 풀기였다는 것이다.
헥터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헥터는 경기 후 “투구를 하는 것 자체가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고 웃으면서 “오늘 첫 실전 경기에서는 패스트볼 한 가지 구종만 던졌다. 느낌이 좋았다”고 총평했다. 이어 헥터는 “밸런스·감각 등 모든 부분에서 첫 피칭치고는 만족스러웠다”고 순조로운 예열 단계에 의의를 뒀다.
지난해 KIA 유니폼을 입은 헥터는 일약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우뚝 섰다. 화려한 메이저리그(MLB) 경력, 비싼 연봉(170만 달러)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31경기에서 리그 최다인 206⅔이닝을 던지며 15승5패 평균자책점 3.40으로 대활약했다. 이닝·다승·평균자책점에서 모두 리그 상위권이었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끌고 가는 노련한 경기운영은 ‘에이스’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그렇게 KIA와 재계약에 이른 헥터는 2년차를 맞아 더 완벽한 준비를 꿈꾸고 있다. 매년 참가했던 도미니카 윈터리그에도 결석한 헥터는 200이닝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의식하기라도 하듯 “몸 상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 중이다. 기술적으로 특별히 더 준비하는 것은 없지만 컨디션만 정상이라면 올해도 특급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