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야에 주전들이 전부 다 빠졌는데 티도 안 나네요".
두산 김태룡 단장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이었다. 지난 2일 한화와 연습경기가 열린 미야자키 기요타케 제2구장. 두산 내야는 1루수 국해성, 2루수 최주환, 유격수 서예일, 3루수 김민혁으로 선발 라인업이 짜여졌다. 2루수 오재원, 유격수 김재호, 3루수 허경민이 모두 WBC 대표팀에 차출된 가운데 오재일은 하루 휴식을 취했다.
주전들이 대거 빠졌지만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티도 나지 않았다. 국해성은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다른 팀이면 주전감이란 최주환도 3타수 1안타에 일취월장한 수비를 보였다. 2년차 유격수 서예일도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중월 2타점 3루타를 치며 안정감 있는 내야 수비를 과시했다.
3년차 거포 내야수 김민혁은 2회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캠프 3경기 연속 장타 행진을 이어나갔다. 한화 전력분석팀 사이에서도 "체격조건도 좋고, 파워가 만만치 않다"며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두산 팀 내에선 '미래의 4번타자'라 불릴 정도로 체계적인 육성 과정에 있다.
어디 내야뿐일까. 외야수로는 중견수 조수행이 5회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베이스를 여유 있게 훔치며 기동력을 자랑했다. 조수행 역시 이제 2년차 유망주로 군입대한 정수빈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투수 쪽에도 좋은 자원들이 쏟아지고 있다. 신인 우완 김명신은 이날 두 번째 투수로 4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비자책) 역투로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캠프 2경기 7이닝 1자책점 호투. 또 다른 신인 사이드암 박치국도 2경기 3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한화 김성근 감독은 "고양 원더스 때 두산 2군과 경기를 하면 '와, 뭐 이런 선수들이 다 있나' 싶었다. 좋은 자원들이 많았고, 그때 선수들이 지금은 1군에 자리 잡았다. 스카우트가 잘됐고, 육성 계획이 확실하게 잡혀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며 "대한민국에서 프런트 야구로 성공한 것은 예전 현대와 두산밖에 없다"고 부러워했다.
WBC 대표선수로 투수 2명, 야수 6명이 대거 빠져나갔지만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오히려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투타에서 젊은 유망주들이 실전 테스트에서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며 가능성을 확인 중이다. 두산 화수분 야구가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김명신-김민혁.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