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마운드에 신성이 떴다. '파이어볼러' 이동원(24)이 벌써 152km 강속구를 던지며 두산 불펜의 새로운 힘으로 떠오른 것이다. 불확실한 비밀병기에서 실전용 투수로 뜨기 시작했다.
이동원은 지난 2일 일본 미야자키 기요타케 제2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연습경기에 9회 마지막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9-1, 두산 리드로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지만 구장 내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투구를 했다. 190cm, 105kg 건장한 체구에서 한눈에 봐도 힘 있는 공을 연신 뿌렸기 때문이었다.
첫 타자 장민석은 이동원의 직구를 받아쳤지만 힘에서 밀리며 유격수 내야 뜬공 아웃됐다. 후속 타자 최윤석도 직구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운 이동원은 박준혁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좌타자 박준혁도 이동원의 직구에 밀려 듯 타구가 좌측으로 힘없이 날아가 잡혔다.
이날 이동원은 10개의 공 모두 직구로만 던졌다. 최고 구속은 152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세찬 바람이 불며 쌀쌀한 날씨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했다. 연습경기 1이닝일 뿐이지만 대외 실전경기는 처음이었고, 1이닝 삼자범퇴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경기 후 만난 이동원은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호주에선 자체 청백전에 던진 적이 있지만 다른 팀과 경기는 처음이다. 첫 경기라 조금 긴장됐지만 연습해왔던 대로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다. 날이 추워서 100% 힘으로는 던지지 못했는데 자신감이 생긴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동원은 "지난해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최고 158km까지 던진 적이 있다. 하지만 구속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전혀 생각 안 한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다. 그동안 제구가 너무 되지 않았다. 구속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제구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며 "제구를 잡기 위해 권명철 투수코치님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팔 스윙을 위에서 아래로 꽂기보다 회전하듯이 하고 있다. 아직 완벽하진 않은데 앞으로 계속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신고 출신으로 지난 2012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한 이동원은 강속구에도 불구하고 제구가 안 돼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공이 백네트 뒤로 향하는 게 부지기수였고, 실제 경기에서 투입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두산에서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육성선수로 계약했다. 수년간 2군에서 다듬은 결과 이제 서서히 육성의 결실을 맺으려 한다.
지난해 시즌 중 김태형 감독이 직접 1군 경기 전 그를 잠실구장에 불러 불펜 투구를 직접 체크할 정도로 팀 내에서의 관심도가 높은 선수였다. 올해 처음 1군 캠프에 합류했고, 호주 자체 청백전에서 최고 155km를 찍으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동원은 "정식선수도 아닌데 감독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셔 힘이 났다. 최근에 몇 번 기사가 나온 뒤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에서 '이제 선수가 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이제 진짜 프로선수가 됐다는 실감이 든다"며 "잠실구장에서 1군 마운드에 서는 상상을 하고 있다. 올해 꼭 1군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waw@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