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선생’ 박경완 코치, 칭찬왕으로 변한 사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04 06: 34

박경완(45) SK 배터리코치는 엄한 이미지의 지도자다. 워낙 많은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다, 현역 시절부터 유지한 ‘강한 카리스마’는 여전히 유효하다. 박 코치도 굳이 이런 이미지를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1년 사이에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180도 달라졌다. 주전 포수인 이재원은 “지난해에는 앞에서 이끌어가는 스타일이셨다. 올해는 뒤에서 많이 밀어주신다는 느낌은 받는다”고 했다. 지난해 박 코치의 혹독한 조련을 받은 김민식 또한 “느낌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차 플로리다 캠프에서의 훈련량은 줄어든 느낌이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다치지 말라’라는 이야기”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코치는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지난해와 달라진 지도 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다. 박 코치는 “포수들이 다 준비를 잘 해왔는데 내가 거기서 뭐라 그러겠는가”라며 오히려 선수들의 준비태세를 칭찬했다. 지난해는 포수로서 다소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지만, 올해는 선수들이 박 코치의 지도 스타일을 꿰뚫고 성실하게 오프시즌을 보낸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박 코치는 “지도자로서, 선배로서 정말 기분이 좋다”라고 말할 정도다.

1차 전지훈련 성과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만족하는 박 코치다. 박 코치는 “작년만큼 운동량이 많지는 않다. 이재원은 지난해 무릎 수술을 해서 그런지 신경을 많이 써 몸을 만든 것이 보인다. 김민식도 몸을 잘 만들어왔는데 이재원의 몸 상태가 눈에 띌 정도”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김민식도 움직임이 좋고 여전히 의욕적”이라고 평가했다.
제3포수로 오키나와에 온 박종욱, 그리고 2차 캠프에는 탈락한 신인 권기영 또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 강훈련을 한 박종욱은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보인다는 게 박 코치의 평가. 권기영에 대해서도 “생각보다는 좋다. 몸이 유연하고, 포수로서 아주 이상적인 체형을 가지고 있다. 기본기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잘 배운다면 좋은 포수가 될 재목”이라며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박 코치이기도 하다. 박 코치는 특히 이재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포수가 된 이재원에 대해 박 코치는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 만약 올해를 잘 보낸다면 내년에는 ‘진짜 포수’로서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FA 시장에서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며 잔뜩 기대감을 드러냈다.
SK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포수진이다. 박 코치의 조련 속에 성장세가 뚜렷한 이재원 김민식이 있지만 둘 중 하나라도 부상을 당하면 비상이 걸린다. 나머지 포수들은 모두 1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농담 삼아 “박 코치가 현역 등록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박 코치 또한 “기량도 기량이지만, 올해는 절대 부상을 당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훈련량을 조절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호랑이 코치’로서의 본능은 유효하다. 가끔씩 따끔하게 지적을 한다. 혼을 내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박 코치의 솔직한 속내. 박 코치는 “올해 분명 칭찬을 많이 하는 컨셉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마냥 풀어주지는 않는다”고 중도의 묘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것만큼 더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재원의 말대로 SK 포수진은 좋은 분위기 속에 시즌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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