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커피메이트’ 윤진서 “매번 부족함 느껴..감독님과 매일 술마셨다”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3.04 14: 42

배우 윤진서가 커피 향처럼 쌉싸름하고도 진한 멜로로 돌아왔다.
윤진서는 영화 ‘커피메이트’(감독 이현하)에서 의사 남편을 둔 주부지만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가구디자이너 희수(오지호 분)에게 강하게 이끌리게 되는 인물인 인영을 맡아 내밀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이 카페 안에서 진행되는 터라 배우들의 대사만으로 영화 전체를 끌어가야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윤진서 역시 대사가 정말 많았다며 매번 현장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가 맡은 인영이라는 캐릭터는 정상적인 삶이라는 틀에 갇혀 답답함을 토로하는 인물.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여행가시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윤진서는 인영과는 정반대인 자유롭고 갇혀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다음은 윤진서와 나눈 일문일답.
- 영화 어떻게 봤나.
▲ 재밌게 봤던 시나리오고 시나리오만큼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개인적인 연기는 스스로 아쉬운 점은 항상 있지만 그동안 감독님과 나눴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영화 속에 잘 녹아있어서 개인적으로 도착지에 잘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 영화가 소재에 비해 자극적인 장면이 없다.
▲ 말로 그렇게 깊이 느낌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성인이라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린 사람들이 대화를 얕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생각에는 제가 어렸을 때보다 지금 더 대화에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둘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지점들이 제가 이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됐던 이유다. 그런 대사들을 해보고 싶었다.
- 독백 대사가 많다.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 저는 매번 현장에서 내가 역부족인가를 많이 느꼈다.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대사가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항상 앉아서 대사로만 모든 걸 표현해야 하니까 매번 뭔가 아쉬웠다. 촬영이 끝나도 무언가 허했다. 그래서 감독님 집에 못 가게하고 매일 촬영 끝나면 같이 와인이나 소주, 맥주를 마시러 갔다. 촬영했던 카페 주변 술집은 다 간 것 같다. 촬영감독님하고 감독님과 저 셋이 촬영 끝나고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는 감정들이 아니었다. 고민이 되게 많았던 것 같다.
-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다면.
▲ 대사가 진짜 많은데 이것도 반 이상이 잘린 것이다. 너무 길어서 처음에는 4시간 정도 나왔다. 대사가 많아서 생각나는 것도 많은데 영화에 나온 것 중에는 오지호 선배님 대사 중에 ‘나무에게도 성격이 있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나무한테 공감했다. 나무라고 다 의자가 되고 싶지 않고 가구가 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태어나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모든 생명에는 다 그런 어떤 자신의 의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대사들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 오지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 오지호씨와 저는 되게 다르다. 뭐든지 다 다른 것 같다. 세상을 보는 가치관도 다른 것 같고 촬영장에서의 어떤 스타일도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갈수록 계속 느꼈는데 그게 나중에는 의지가 됐다. 나랑 다르니까 좀 다른 생각도 들을 수 있고 저랑 항상 반대되는 생각을 많이 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아이디어도 많이 얻은 것 같다. 그래서 의지가 많이 됐다.
-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
▲ 아예 성격이 다른 거라 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가 애매하다. 오지호씨는 제가 봤을 때 대사가 중간에 튀어도 개의치 않고 다시 집중을 잘 하시는 것 같다. 저는 대사가 긴만큼 한 번에 하고 싶어 하는 혼자 스스로 승부욕이 있다. 감정을 계속 소비하는 것이 힘드니까. 오지호씨는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안 받으시는 것 같더라. 그런 점에서 좀 달랐던 것 같다.
- 인영이 희수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냥 계속 자신이 만든 행복 안에서 살았을 것 같나, 아니면 결국 다른 사람을 찾았을 것 같나.
▲ 글쎄. 진짜 이것이 현실이라면 그 여자는 누군가가 자신을 두들겨서 깨워주기를 기다리니까 그 커피숍에 앉아서 혼자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말 그런 마음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희수가 처음에 와서 앉아도 될까요라고 물어봤을 때 불쾌해하거나 앉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변할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희수다 희수가 아니다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미 본인이 변할 마음이 있었던,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던 여자가 아닐까.
- 영화 결말은 마음에 드나.
▲ 원래 시나리오 상의 결말과 다르다. 저는 시나리오 속 결말보다 지금의 결말이 더 좋다. 사실 시나리오 속 결말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저는 촬영장에 가면서도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이 장면은 진짜 아닌 것 같다고 왜 찍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말씀드리기도 했다. 저는 열린 결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여기 뭔가 결말을 주는 것은 굉장히 영화를 좁게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여행 가시라고. 저는 그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쾌감이 있었다. 뭔가 제 개인적으로는 사회 풍자적인 느낌도 있는 것 같고 현 시대의 여성들에게 감독님이 해주고 싶은 말도 있는 것 같고. 그리고 그걸 다 떠나서 결국 내 삶의 주인은 나니까. /mk3244@osen.co.kr
[사진] Wannabe FU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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