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만루의 사나이".
한화 코치들과 선수들은 요즘 우완투수 이동걸(34)을 볼 때마다 이렇게 부른다. 지난 1일 라쿠텐과 연습경기 이후부터다.
이날 일본 미야자키 기요타케 제2구장에서 라쿠텐과 연습경기를 가진 한화는 5-3으로 첫 승리를 거뒀다. 그 과정이 극적이었다. 9회말 투입된 김종수가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자 이동걸이 긴급 투입됐고, 첫 타자 헛스윙 삼진 이후 2개의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극복했다. 한화의 캠프 8연패를 끊어낸, 의미 있는 승리에 이동걸이 있었다.
이동걸은 일본 오키나와 1차 캠프 때부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차례 연습경기 모두 구원등판, 5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그냥 무실점 기록이 아니다. 5이닝 동안 안타 1개를 허용했을 뿐, 탈삼진 3개 포함 무사사구 행진이다. 안정감 있는 투구 내용으로 김성근 감독에게 존재를 어필 중이다.
김성근 감독은 "라쿠텐전에서 이동걸이 잘 던졌다. 폼을 바꾼 이후로 많이 좋아졌다. 원래 팔을 뻗는 동작이 짧았는데 지금은 길게 뻗어주고 있다. 그 이후로 볼끝이 살아나고, 포크볼도 잘 떨어진다. 라쿠텐전 첫 타자를 삼진 잡을 때도 바깥쪽 포크볼이 좋았다. 제구도 안정됐고, 여유가 생겼다"고 칭찬했다.
이동걸은 "운이 좋았다"며 손사래쳤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변화에 나서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투구 폼에 문제점을 이야기해주셨다. 팔 스윙에서 앞이 짧았는데 크게 만들고 있다. 스피드도 조금 늘어난 것 같다"며 "이전과 똑같이 던질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를 내야 할 때라 뭐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 삼성에 입단한 이동걸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4년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올해로 11년차가 된 그는 1군에서 통산 59경기 2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무릎 부상을 딛고 1군에 올라와 5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선 8경기 3승1홀드 평균자책점 1.71로 위력투를 자랑했다.
이동걸은 "올해로 11년차가 됐다. 한화에 이적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이고 있고,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벼랑 끝이다"며 "올해는 진짜 어떻게든 1군에 오래 있고 싶다. 결과를 내야 할 시기가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변화의 몸부림을 친다.
이동걸은 "1군에만 있으면 어떤 역할이든 좋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감독님께서 마운드에 올리는 건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든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것이 투수가 해야 할 일이다. 어떤 자리든 내 역할이 있다면 거기에 충실하겠다"며 "장점인 포크볼을 살리는 투구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