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새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는 호타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수·주 모두가 잘 갖춰진 선수고 팀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호평 일색이다.
그런 버나디나가 자신의 진면목을 선보였다. 버나디나는 4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리드오프 및 중견수로 출장, 2타수 2안타(1홈런) 1도루를 기록하며 개막을 앞두고 올라오는 몸 상태를 과시했다. 투구에 맞아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으나 이날은 자신의 장점을 모두 보여줬다.
버나디나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나 장거리 타자의 유형은 아니다. 그러나 KIA 코칭스태프는 버나디나에 대해 “충분히 20홈런도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힘이 강한 것도, 큰 스윙도 아니지만 스윙이 좋고 공을 맞히는 순간의 임팩트가 좋다는 것이다. 이날 첫 타석은 KIA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1회 삼성 선발 최충연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뜨린 장면이었다. 143㎞짜리 빠른 공이 가운데 들어오자 버나디나는 무리하게 잡아당기지 않고 스윙을 했다. 그런데 이 공이 잘 맞아 좌측 담장을 넘겼다. 3회에는 다시 밀어서 좌전안타를 때렸다. 역시 힘들이지 않고 간결한 스윙으로 내야를 넘겼다.
3회 안타 후에는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삼성 배터리가 도루에 대해 신경을 쓰는 상황에서도 스타트를 뺏었고, 간결한 출발과 탄력, 그리고 베이스에 들어가는 기술까지 과시하며 비교적 여유있게 2루를 밟았다. 미국에서도 20도루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충분한 발을 과시한 버나디나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버나디나는 이날 5회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한 뒤 대주자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개막에 맞춰 천천히 감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날 홈런까지 기록하며 기분도 살렸다. 버나디나는 경기 후 엑스트라 타격을 자청하고 팀 일정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등 프로다운 자세로 벌써부터 호평이 자자하다. 출발이 좋은 버나디나가 KIA 타선의 힘을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