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합쳐 가슴에 단 별만 11개. 성남FC와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개막전 승부는 뜨거웠다.
부산은 4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1라운드 원정 경기서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성남을 1-0으로 물리쳤다.
무대는 2부리그였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주연급 배우였다. 두 팀이 K리그에서 간직한 긴 세월 또한 어느 명문 클럽 못지 않게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다.
성남은 K리그 통산 최다인 7회 우승을 차지한 구단이다. 부산은 4번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선 성남이 두 차례, 부산이 한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령탑 대결도 흥미로웠다. 성남은 제주 시절 명장으로 공인 받은 박경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부산은 챌린지 시절 대전의 우승을 이끈 조진호 감독이 지휘했다.
선수단 라인업도 시선을 끌었다. 양 팀 모두 부상으로 제 전력을 꾸리지 못했지만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성남)와 이정협(부산)이 골잡이 맞대결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승부욕을 돋운 건 '자존심'이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에 실패한 부산이나, 지난해 창단 최초로 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맛 본 성남이나 물러설 곳이 없었다.
박경훈 성남 감독은 "12명이 부상이다. 네코, 마린, 조재철, 김영신, 안상현 등 핵심 선수들이 다쳤다"면서 "기존 전술과는 다르게 스리백을 사용하지만 수비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진호 부산 감독은 "경미한 부상자들이 있어 전력의 60~70%이지만 남은 선수도 준비를 잘했다"며 "승격 라이벌을 초반에 만나는 게 좋다. 두 팀 다 전술, 조직적으로 정리가 안돼있어 집중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성남은 박 감독이 예고한 대로 3-4-3을 가동했다. 황의조가 최전방에서 부산의 골문을 노렸다. 부산은 4-4-2로 맞섰다. 이정협과 호물로가 투톱을 구축했다.
원정팀 부산이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9분 호물로가 왼쪽 코너킥서 올린 크로스를 이정협이 정확히 머리에 맞히며 성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술가' 박경훈 감독이 곧바로 변화를 꾀했다. 센터백으로 출전했던 배승진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가 4-2-3-1 혹은 4-3-3 전형으로 바뀌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전반 27분 배승진의 침투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문전으로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배달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오장은의 회심의 슈팅이 허공을 갈랐지만 가능성을 엿 본 순간이었다.
부산도 곧장 맞불을 놓았다. 전반 31분 아크서클 근처서 얻은 프리킥 찬스서 허범산이 기가 막힌 왼발 슈팅을 시도해 크로스바를 때렸다. 성남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부산은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다.
박경훈 감독은 전반 42분 승부수를 던졌다. 중앙 수비수 오도현을 빼고 공격수 이창훈을 투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던 배승진이 다시 센터백 자리로 내려왔다.
부산은 후반 13분 호물로가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성남의 골문을 위협했다. 성남은 김동준 골키퍼의 선방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성남은 4분 뒤 역습 찬스서 파울로가 수비수를 제친 뒤 위협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18분 황의조의 헤딩 슛도 골문을 외면했다.
성남의 파상공세가 계속 됐다. 파울로와 황의조를 위시해 부산의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25분엔 베테랑 미드필더 김두현이 들어가며 불을 지폈다. 종료 4분 전엔 부상자 이태희 대신 장신 공격수 박성호가 그라운드를 밟으며 롱볼 축구를 구사했다.
성남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부산의 골문을 조준했다. 부산은 잔뜩 웅크린 채 1골을 지켰다. 승리의 여신은 결국 원정팀 부산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90분간의 혈투가 매조지되는 순간이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