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의 권투축구, 박경훈의 헤비메탈에 '카운터펀치'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3.04 16: 54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의 권투축구가 박경훈 성남FC 감독의 헤비메탈을 향해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부산은 4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1라운드 원정 경기서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성남을 1-0으로 물리쳤다.
무대는 2부리그였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주연급 배우였다. 두 팀이 K리그에서 간직한 긴 세월 또한 어느 명문 클럽 못지 않게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다.

성남은 K리그 통산 최다인 7회 우승을 차지한 구단이다. 부산은 4번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선 성남이 두 차례, 부산이 한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령탑 대결도 흥미로웠다. 성남은 제주 시절 명장으로 공인 받은 박경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부산은 챌린지 시절 대전의 우승을 이끈 조진호 감독이 지휘했다.
선수단 라인업도 시선을 끌었다. 양 팀 모두 부상으로 제 전력을 꾸리지 못했지만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성남)와 이정협(부산)이 골잡이 맞대결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승부욕을 돋운 건 '자존심'이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에 실패한 부산이나, 지난해 창단 최초로 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맛 본 성남이나 물러설 곳이 없었다.
박경훈 성남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서 "헤비메탈 축구로 우승해 승격을 이루겠다"면서 강력한 압박 축구로 챌린지를 지배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조진호 부산 감독은 권투축구를 표방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난 권투축구라 하고 싶다. 등 안 돌리고 계속 움직이면서 때리고, 밀리다가도 카운터펀치 한 방을 날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도권은 홈팀 성남이 잡았다. 스리백을 가동한 성남은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으로 몇 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부산이 조 감독의 바람대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전반 9분 호물로가 왼쪽 코너킥서 올린 크로스를 이정협이 정확히 머리에 맞히며 성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성남의 파상공세, 부산의 역습 공식이 후반까지 이어졌다. 성남은 황의조, 파울로, 오장은 등의 슈팅이 잇따라 무위에 그쳤다. 부산은 날카로운 세트피스로 성남을 위협했다.
성남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부산의 골문을 조준했다. 부산은 잔뜩 웅크린 채 1골을 지켰다. 승리의 여신은 결국 원정팀 부산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조진호의 권투축구가 박경훈의 헤비메탈축구를 깨트리는 순간이었다./dolyng@osen.co.kr, 
[사진] 조진호 감독(위)-박경훈 감독 /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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