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대로’ 러프, 팀 홈런왕 가능성 증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05 06: 06

“러프 때문에 외야에 널린 공을 회수하러 다니기가 힘들다”
삼성 관계자들의 행복한 푸념(?)은 엄살이 아니었다. 삼성 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31)가 자신의 명성을 타구에 실어 보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나온 첫 스윙에서 “힘 하나는 최정상급”이라는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삼성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며 중심타선의 무게를 잡을 선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러프는 4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홈런포를 신고했다. 지난 2월 16일 삼성과 총액 11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뒤 컨디션을 조율하고 있었던 러프가 연습경기 첫 날부터 홈런을 때린 것이다. 첫 타석에서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볼넷을 고른 러프는 두 번째 타석에서 고효준의 143㎞ 빠른 공을 받아쳐 가운데와 우중간 사이를 넘겼다.

빠른 공이 약간 가운데 몰린 감은 있었지만 아주 한복판 공은 아니었다. 우타자 기준으로 약간 바깥쪽의 공이었는데 이를 힘들이지 않고 밀어 쳐 비거리 125m짜리 타구를 만들어냈다. KIA 선발 김진우의 공을 차분히 지켜보며 결국 볼넷을 얻은 첫 타석도 의미가 있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한국 투수의 공에 계속 적응해야겠지만 파워를 보여줬다. 첫 경기치고는 괜찮았다”고 미소 지었다.
러프는 힘에 있어서는 KBO 리그 최정상급 경력을 자랑한다. 필라델피아 시절이었던 2013년 메이저리그(MLB) 73경기 251타석에서 14개의 대포를 쳤다. 당시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0.211로 MLB 평균을 상회했다. 2015년에도 106경기 268타석에서 12개의 홈런을 치는 등 MLB 통산 737타석에서 35개의 홈런을 날렸다. 지난해 트리플A 95경기에서는 20개의 홈런을 치기도 했다.
MLB에서의 전반적인 공격력이 1루수로는 다소 약해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했을 뿐, KBO 리그에서는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왼손 투수를 상대로 공포가 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체격과 스윙에서 주는 위압감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최형우(KIA)가 빠진 KIA로서는 러프가 이 비중을 그대로 승계해야 올해 승부가 가능해진다.
연습경기이기는 하지만 연습경기 첫 스윙에 홈런이 나왔다는 점은 러프로서도 기분이 좋은 일이다. 러프는 경기 후 “현재 순조롭게 시즌에 맞춰 준비해 가고 있다. 첫 타석에 공을 많이 본 것이 두 번째 타석에서 좋은 스윙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라면서 “특별한 것 없이 팀 일정에 맞춰 동료들과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며 현재 상태와 새 팀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는 러프다. 러프는 “벤치에서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오늘 직접 타석에 서보고 나니 어떤 공을 던지는지, 타자를 어떤 식으로 상대하는지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직 구체적인 차이점은 느끼지 못했지만, 차이점을 찾기 보다는 내가 잘 적응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다짐했다.
러프도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치를 잘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기대치에 억눌리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러프는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도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기 보다는, 스스로 팀에 공헌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성실히 훈련을 소화하며 준비할 것이다. 팀과 팬들이 바라는 만큼의 활약을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모두에게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좋은 출발이 좋은 결말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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