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펑고' 배트 든 김성근, "이제부터 초긴장 모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05 06: 12

"감독님 어디 가셨지?". 
지난 4일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구장. 오전 11시쯤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을 자랑하는 새 외인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첫 불펜투구를 준비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투수들의 불펜투구를 거의 빼먹지 않고 지켜본다. 오전 훈련은 불펜에만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계형철 투수코치가 직접 김 감독을 찾아 나섰다. 계형철 코치는 "감독님께서 보조구장에서 수비 펑고를 치고 계신다. 너무 집중하고 계셔서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은 비야누에바의 불펜투구를 보는 대신 야수들에게 펑고를 치는 것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 1시간가량 '펑고 타임'이 이어졌다. 

펑고는 내야수 송광민과 최윤석에게 집중됐다. 김 감독은 "송광민은 송구동작을 바꿔야 한다. 공을 빨리 놓는 동작이 습관적이다. 최윤석은 이제 2루로 준비시킨다. 유격수와 2루는 움직임이 다르다"고 말했다. 야수뿐만 아니라 정면 타구에 약점을 보인 몇몇 투수들도 김 감독으로부터 펑고를 받아야 했다. 
펑고를 마치고 난 뒤 만난 김 감독은 언더셔츠를 갈아입을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맨손으로 펑고를 치는 바람에 손바닥에도 벌겋어 달아올랐다. 김 감독은 "두 박스를 쳤으니 아마 500개는 되겠다. (지난해) 허리 수술 이후 펑고를 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50~60개밖에 안 됐다. 그건 펑고도 아니다"며 수술 이후 제대로 된 펑고는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펑고 배트를 다시 든 이유는 다른 것 없다. 반복되는 수비 불안 때문이다. 한화는 캠프 12경기에서 실책 17개를 저질렀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포함하면 경기당 2개에 가까운 수비 실수가 쏟아졌다. 수비 실수 이후에는 꼭 실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 보다 못한 김 감독이 결국엔 나섰다. 
김 감독은 "선수·코치들에게 '이제 잠잘 시간은 지났다. 잠 깨야 한다'고 야단쳤다. 우리가 잃었던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대로 머물러있다. 10경기 넘게 하는 동안 무엇을 느꼈냐는 것이다. 경기를 지는 건 문제가 아니다.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바꿔나가는 게 있어야 한다. 내야수들은 볼 앞에 다가서지 않고 기다리다 보니 더블 잡을 수 있는 것들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이제 캠프는 일주일도 안 남았고, 시즌 개막은 한 달 안으로 다가왔다. 김 감독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 이맘때면 수비 포지션 다 정해놓고 라인업의 틀을 맞춰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 된다. 내야수뿐만 아니라 포수와 외야수들도 송구가 문제있다"며 "이제부터 초긴장 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김 감독으로 하여금 다시 펑고 배트를 들게 했다. 김 감독이 전면에 나선 한화가 다시 초긴장 모드에 들어섰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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