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의 뒤 이을 ‘잠수함 히어로’는 누가 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3.05 05: 55

그동안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낼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 중 하나는 잠수함 투수들의 선전이 숨어 있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정대현이 대표팀 터줏대감으로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해냈다. 가장 최근 국제대회였던 2015년 프리미어 12 대회에서도 정대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 했다. 김병현과 임창용 등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잠수함 투수들은 미국이나 중남미 팀들을 상대로는 잠수함 투수의 생소한 궤적을 무기로 위력을 떨쳤다.
올해 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는 대표팀 잠수함 투수의 대들보인 정대현이 없다. 정대현의 역할을 대신할 ‘잠수함 히어로’를 찾아야 한다. 1라운드 통과가 최우선 목표인 현재 대표팀의 상황에서 잠수함 투수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아시아 팀인 대만은 잠수함 투수를 상대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는 여전히 잠수함 투수들의 솟아오르는 투구 궤적이 낯설 수밖에 없다. 현재 대표팀에는 우규민, 심창민, 임창용이 잠수함 투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일 경찰청과의 연습 경기에서 대표팀은 좌완 양현종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고, 4이닝 동안 49구를 던지며 예열을 마쳤다.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가 가장 페이스가 좋은 장원준으로 일찌감치 결정된 상황. 이날 양현종이 비교적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면서 일정 상 대만전 등판이 유력해졌다.
남은 선발 자리는 네덜란드전이다. 네덜란드전에는 현재 대표팀 투수진 구성상 우규민이 등판할 가능성이 더더욱 높아졌다. 현재 컨디션을 고려함은 물론, 잠수함 투수의 독특함으로 강적 네덜란드를 상대로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 숨겨져 있다. 우규민 특유의 공격적인 피칭과 공의 움직임으로 네덜란드 강타선을 잠재우기를 바라고 있다. 우규민은 지난달 28일 호주전 선발로 등판했고, 4일 경찰청과 연습경기에서 1이닝을 소화하며 리허설을 마쳤다.
또한 경찰청과의 연습 경기에서 그동안 컨디션 회복에 애를 먹던 임창용도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 테스트를 끝냈다. 임창용은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고 최고 구속은 145km를 찍었다.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회를 앞두고 구위를 점검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특히 8번의 국제대회 참가에서 우러나오는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대표팀 새얼굴인 심창민까지 힘을 합친다. 심창민과 임창용 모두 마무리 오승환 앞에 등판해 이닝을 책임질 중요 선수다. 우규민이 선발 등판할 네덜란드전은 물론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도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임창용과 심창민 모두 잠수함 투수로는 드물게 공의 무브먼트와 구위 모두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국가대표에서 정대현은 잠수함 투수로 일당백이었고 영웅이었다. 이제는 정대현의 뒤를 이을 잠수함 히어로가 등장해야 할 시기다. /jhrae@osen.co.kr
[사진]우규민-임창용-심창민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