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 재중 야구 지도자 잇단 수난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7.03.05 06: 15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공세가 거세지면서 야구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에서 한국 야구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지도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분위기였으나 롯데그룹이 자사 경북 성주 소재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키로 결정한 이후 모 지도자가 이렇다 할 이유없이 해고 통보를 받는가 하면 반한 감정이 격해진 가운데 중국인과 시비를 우려해 외부 활동 자제 지시까지 내려왔다.
KBO는 2015년부터 꾸준히 중국 야구와의 교류를 진행해왔다. KBO는 지난해 중국봉구협회(CBAA)와 세미프로리그를 운영하는 헝달연합 등과 야구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BO는 양해 각서에 따라 청소년 야구 교류 확대는 물론 지도자 파견, 중국 지도자의 국내 연수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지도자들은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았다.

중국에서 야구 한류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한 지도자 A씨는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제공을 확정한 이후부터 대하는 게 확 달라졌다. 사드 배치 가능성이 제기됐을때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분위기였으나 이젠 다르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모 지도자는 이렇다할 이유없이 해고 통보를 받았고 또다른 지도자는 중국 모 구단과 계약이 유력했으나 사드 배치 여파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A씨는 "구단 관계자로부터 '중국 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왔으니 행동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한 감정이 격해진 가운데 중국인과 시비를 우려해 외부 활동 자제 지시까지 내려왔다. 휴식일에 외식도 힘들 만큼 생활의 제약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구단 측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었으나 요즘엔 반드시 필요한 게 있어도 말못하는 상황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속담처럼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강제 추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돈다"고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전훈 캠프를 차린 국내 아마추어팀들은 사드 배치 확정 이후 중국 팀과의 연습 경기 일정이 대거 취소되고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음식을 팔지 않겠다는 식당까지 나오면서 훈련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A씨는 "처음 이곳에 왔을때 한국 야구를 전파한다는 자부심이 강했는데 요즘 들어 허탈감과 상실감마저 든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야구 한류에 앞장서고 있는 지도자들의 신음은 더욱 깊어만 간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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