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의 ‘완벽한 귀환’…박인비, LPGA HSBC 챔피언스 우승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03.05 15: 59

‘여제의 귀환’은 화려했다. 강호의 제왕들은 귀환하는 여제의 길을 더 화려하게 수놓기 위해 ‘별들의 잔치’를 벌였다. 귀환을 알린 여제는 그 숨막히는 경쟁을 뚫고 언제 공백이 있었나 싶게 담담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인비(29, KB금융그룹)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 6683야드)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부상으로부터 완전한 회복을 알리며 우승했다. 
작년 6월 9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컷 탈락) 이후 9개월 만에, 작년 8월 리우올림픽 금메달 이후 7개월 만에 돌아온 박인비가 ‘세계 골프 여제’의 자리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잦은 손가락 부상과 목표 상실이라는 슬럼프를 딛고 시즌 복귀 후 2번째 대회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제의 귀환’을 알린 이번 우승은 우승 상금  22만 5000달러(약 2억 6,000만 원)보다 몇 배나 더 값진 결과가 됐다. 

3라운드까지 승승장구 하던 미국의 미셸 위(28)가 파5 5번홀 그린에 섰다. 버디 퍼팅을 놓쳤지만 무난히 파를 할 수 있는 위치에 공이 멈췄다. 이번 대회 들어 마치 다른 선수를 보는 듯한 경기를 펼치던 미셸 위는 그러나 무난해 보이던 파 퍼트를 실수한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터치한 공이 또 한번 홀을 비켜 갔다. 통한의 더블 보기. 3라운드를 단독 선두(-14)로 끌고 왔고, 마지막 4라운드에서도 3, 4번홀 중거리 퍼팅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던 미셸 위는 5번 홀 더블보기 한 번으로 기세가 확 꺾여 버렸다. 4라운드 시작 때의 14언더파로 리셋이 됐다.  
그 사이 쟁쟁한 우승후보들이 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셸 위보다 한 조 앞서 출발한 박인비가 5, 6번홀 연속 버디 후 8번홀 버디로 14언더파, 공동 선두 대열에 합류했다. 
LPGA 슈퍼루키 박성현(24, KEB하나은행)은 12언더파에서 4라운드를 시작해 3, 4번홀 연속 버디로 14언더파, 역시 공동 선두 가 됐다.  
박성현과 같은 타수로 출발한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2)도 5, 7번 홀 버디로 역시 14언더파를 만들었고 지난해 크게 두각을 나타낸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20)도 10번홀까지 무려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 대열에 뛰어 들었다. 
공동 선두 대열에 오른 선수 중 누가 우승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면면들이다. 대단한 실력과 명성을 갖춘 선수들이다. 
팽팽한 긴장이 경기장에 흘렀다. 이 균형을 먼저 깨고 나가는 이가 이긴다. 쟁쟁한 이름들 사이에서 한발짝 더 나갈 수 있어야 진정한 제왕이다. 그들 중 단 하나, 여제 박인비가 있었다. 
박인비는 리더보드 공동 선두로 자신을 이끈 8번 홀 버디 이후부터 경기를 응원하는 이들의 기대와 정확하게 궤를 같이 했다. 5미터 이상 중거리 퍼팅이 되살아 났다. 퍼터를 떠난 공은 거리에 상관없이 정확히 제 갈 길을 찾아 갔다. 버디, 버디, 버디…. 5홀 연속 버디 행진을 펼쳐 나갔다. 누가 나서서 막을 자도 없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경기 중반 공동 선수 대열에 올랐던 선수 중에는 아리야 주타누간이 마지막까지 ‘여제의 귀환’을 견제했다. 주타누간은 그러나 10, 11번 볼 연속 버디로 보조를 맞추다가 파4 12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힘든 기색을 보였다. 
박인비는 이날의 우승으로 개인 통산 18번 째 기록을 썼다.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1년 4개월만에 승수를 쌓았고,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는 2015년 이후 2년만에 다시 왕좌에 올랐다. 10년 역사의 이 대회에서 최초의 다승자가 됐다. 
LPGA 공식 데뷔전을 치른 박성현의 성과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도함이 밀물 같은 박인비의 기에 눌려 우승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우승권을 유지하며 ‘루키’ 답지 않는 담대함을 보였다. 16언더파를 기록한 박성현은 박인비, 주타누간에 이어 단독 3위로 경기를 마쳤다. /100c@osen.co.kr
[사진] 박인비의 HSBC 위민스 챔피언스 3라운드 경기 모습.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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