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픽] '웽거와 같았던' 황선홍, 선수들이 만든 '다른결말'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3.05 16: 55

황선홍 감독의 선택은 아스날과 같았지만 결말은 조금 달랐다.
FC 서울과 수원 삼성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 '슈퍼매치'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원 김민우의 선제골에 이어 서울 이상호의 동점골이 터지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80번째로 열린 슈퍼매치가 무승부로 마치며 역대 슈퍼매치 전적서는  32승 20무 28패로 수원이 여전히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최근 전적서는 서울이 3승 4무로 우위를 점했다. 특히 서울은 홈에서 수원을 상대로 5경기 무패(2승 3무)를 거두며 2015년 이후 수원전 홈 불패를 이어갔다.

K리그 클래식 디펜딩 챔피언 FC 서울과 FA컵 우승자 수원 삼성은 올 시즌 출발이 조금 다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각 2경기를 펼친 서울과 수원은 2패와 2무를 기록중이다. 서울은 직전 우라와 레즈(일본) 원정 경기서 최악의 결과인 2-5 패배를 당했고 수원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과 난타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 수비수 곽태휘의 부상이었다. 따라서 개막전에 출전이 어려워진 그를 대신해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새로 영입한 김근환을 투입했다.
수원은 광저우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김민우의 포지션이 변경됐다. 빠른 스피드와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재능을 뽐내라며 서정원 감독은 김민우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 시켰다.
황선홍 감독의 전망은 간단했다. 23세 이하 선수로 김한길을 출전 시키며 젊은피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리고 동계 훈련서 준비했던 윤일록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을 개막전서 그대로 사용했다. 그동안 중원을 맡았던 주세종을 대신해 윤일록이 4-3-3의 중원 미드필더로 나섰다.
우려했던 부분은 경기 초반 일어났다.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영의 호흡이 잘 맞지 않은 서울을 상대로 수원이 선제골을 터트린 것. 경기 전 후반에 힘을 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말 끝을 흐렸던 황선홍 감독을 상대로 의외의 카드였던 김민우가 문전에서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분명 서정원 감독의 공격적인 카드는 일단 적중했다. 수원은 더욱 공격적으로 서울을 몰아쳤다. 중앙 수비진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 틈을 놓치지 않고 냉철한 플레이로 적극 공략했다.
이날 새벽에 열린 리버풀-아스날전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전반서 높이를 중시하며 알렉시스 산체스를 벤치에 대기 시켰던 아르센 웽거 감독과 황선홍 감독의 전략은 궤를 같이했다. 후반서 황 감독은 김근환과 김한길을 빼고 주세종-이석현을 투입, 중원을 강화했다. 곧바로 서울은 주도권을 잡고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다.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서울로 넘어갔고 이상호가 후반 17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트렸다. 수원에서 서울로 이적한 이상호는 그동안 '유다'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이상호의 득점은 중원이 강해지면서 수원 수비진이 혼란을 겪는 동안 터졌다. 그만큼 서울의 경기력은 전반과 완전히 달랐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모두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날 황선홍 감독의 선택은 분명 웽거와 비슷했다. 다만 동점골을 터트린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똑같은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 10bird@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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