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미풍아’ 한갑수 “‘아바디’, 이리 반응 좋을 줄이야”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3.07 07: 48

“‘아바디’란 대사가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알았냐고요? 전혀 몰랐죠. 왜 좋아해주실까 처음엔 궁금하기까지 했다니까요. 하하.”
지난 달 26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단연 “아바디”를 외치며 시원한 ‘사이다’를 날린 김대훈일 것이다. 10살 소년으로 되돌아간 김대훈을 천역덕스럽게 소화한 배우는 바로 연극배우 한갑수.
한갑수는 ‘불어라 미풍아’를 통해 큰 임팩트를 남겼다. 그 스스로도 시청자의 사랑에 얼떨떨한 듯한 모습이었다. 드라마 속 해맑은 웃음을 짓던 한갑수는 “스태프들, 배우들과 막 친해졌는데 끝나니 허전하고, 연극 끝나고 난 첫날의 허전함 같은 게 가시지 않는다”며 ‘불어라 미풍아’의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에겐 김대훈이란 캐릭터가 하나의 도전이었을 터.

“제가 처음에 좀 나오다가 30회 정도부터 다시 나온다고 귀띔은 받았다. ‘멋있게 반전을 주며 나타난다’고 말해주기에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대본을 받고 나니 10살 나이로 돌아가 있더라.(웃음) 당혹스러웠다. 제가 좀 노안이라 나이 많은 역만 해봤지 어린 역할은 안 해봤고, 다른 캐릭터들은 다 일상인데 저만 극적인 연기니 겉돌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 때문에 초반에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반응조차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던 한갑수는 “작가 선생님과 감독님도 걱정돼서 전화할 정도였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잠도 못잘 만큼 걱정되는 그 순간, 한갑수를 안심시킨 건 바로 김사경 작가의 전화 한 통이었다.
“작가 선생님이 전화를 해서 김대훈의 상태에 ‘밝고, 순수하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10살 아이’라고 설명을 해줬다. 그걸 듣고 연기를 했다. 첫 방송이 나간 후 작가 선생님이 다행히 걱정한 것에 비해서는 원하는 대로 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두렵기도 하고, 괜히 또 영향을 받을까봐 초반엔 저도 시청자의 반응을 안 보다가 나중에서야 봤는데 다행히 좋은 글이 많이 올라와 감사했다.”
10살의 지능으로 돌아간 어른 남자 역할을 소화하기란 꽤나 까다로웠을 텐데, 한갑수는 “그저 순간에 집중했다”며 시청자들의 칭찬을 쑥스러워했다. 그는 “내가 대본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보는 이도 불편하고 의심하게 된다. 연기라는 게 순간순간 집중하는 거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순간 집중’이란 필살기를 써도 연기하기 힘들었던 건 노래와 북한 사투리였다.
“제일 힘들었던 장면을 꼽자면, ‘휘파람’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 제가 손 모아서 10살 어린이가 돼 율동을 하며 부르는 장면이었다. 어찌나 쑥스럽던지.(웃음) 3일을 연습했는데 많이 안 나왔다. 아직도 그게 너무 선명하다.(웃음) 그리고 북한 사투리는 정말 너무 어려웠다. 특히 저와 신애(임수향 분)가 쓰는 사투리가 지역이 다른 사투리여서 더 헷갈리고 힘들었다.”
듣고 보니 김대훈이나 미풍이(임지연 분)가 쓴 북한말과 신애의 북한말은 미묘하게 달랐다. 평안도와 연변 사투리를 각자 쓰는 설정이 주어졌기 때문이란다. 한갑수는 “영화나 TV에서 보고 학습 받은 북한말이 있는데 알고 보니 틀린 것이 많기도 했고, 평안도 사투리를 유지해야 했기에 힘들었다”고 북한말 특훈의 고행담(?)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덕분에 그는 “아바디”라는 대히트 대사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북한말 선생님께 엄하게 혼나면서 배웠다.(웃음) 억양이 달라서 대사도 안 외워지는데 연기도 신경 쓰랴, 말도 신경 쓰랴 힘들었다. 무한반복을 해도 틀릴 때가 있었지만, 나중엔 익숙해져서 편해졌다. 내가 극중에서 제일 많이 한 대사가 ‘아바디’와 ‘너 왜기래’인데, 이게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 중독성이 있다는 덧글을 봤는데 ‘야, 이게 그런 매력이 있는가보다’라며 저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한갑수는 ‘불어라 미풍아’를 통해 데뷔 30년 동안 쌓아왔던 연기력을 모두 펼칠 수 있었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김사경 작가에겐 “한갑수를 캐스팅 한 것이 정말 잘 한 일”이라는 칭찬까지 받았다고. 그에게도, ‘불어라 미풍아’에게도, 서로의 존재는 그야말로 터닝 포인트 그 자체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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