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픽] 떠나던 팬도 돌아왔다, 기어코 팬 만족시킨 전북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3.06 05: 59

후반 40분이 되면서 다수의 팬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불과 1분 전에 동점골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승리 후 팬들과 함께하는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섣부른 예상이었다. 경기 종료 1분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승골이 터졌다. 경기장을 떠나던 팬들도 다시 자리로 돌아와 기쁨을 함께했다.
지난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앞두고 전북 현대는 많은 걱정에 잠겼다. 평소 경기가 열리던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전주종합경기장이라는 낯설음, 그리고 경기가 열리기 10여일 전에 교체한 잔디의 악영향, 핵심 선수 이재성의 부상 이탈 등 악재가 산재했기 때문이다.
올해 목표를 '팬들이 기뻐할 수 있는 축구, 만족할 수 있는 축구'로 정한 전북에는 여러모로 치명적인 악재였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축구전용구장이 아닌 탓에 팬들이 축구를 보는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 또한 잔디 교체의 영향과 이재성의 부상은 전술과 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전북은 전남전을 앞두고 급하게 전술에 변화를 주어야 했다.

악재가 잇달아 발생했지만 전북이 추구하는 목표를 개막전부터 미를 수는 없었다. 과정에서 다소 부족하더라도 개막전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실망하게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장에는 종합경기장의 불편함을 알고도 2만 935명의 팬들이 찾았다. 전남팬들을 제외하더라도 2만여명의 팬들이 전북의 승리를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 전북은 전반 39분 선제골을 넣으며 팬들에게 승리에 대한 희망을 안겼다. 게다가 골을 넣은 주인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독일 호펜하임에서 이적한 김진수. 김진수는 그림 같은 프리킥 득점으로 팬들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또한 김진수는 득점 후 신나는 세리머니를 잇달아 펼치며 팬들이 더욱 즐거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은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후반 39분 사라졌다. 동점을 위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전남 스트라이커 페체신이 기어코 동점골을 넣은 것.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일부 전북 팬들은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떠날 채비를 했다.
하지만 채비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던 팬들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경기 종료가 1분도 남지 않은 후반 48분 승부를 결정짓는 김신욱의 득점포가 터진 것. 김신욱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자신에게 공이 흐르자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전남의 골망을 갈랐다. 김신욱의 득점포에 팬들의 환호성이 터지자 경기장을 떠났던 팬들은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김신욱의 골에 전남은 의욕을 상실하고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반면 겨울 내내 전북의 경기를 보지 못하던 2만여 팬들은 개막전부터 엄청난 짜릿함을 안기는 경기에 기쁨의 미소를 활짝 지었다. 그리고 전북 선수단은 고참과 신인을 가리지 않고 팬들 앞으로 모여 특유의 '오오렐레' 세리머니를 펼쳤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기쁨이라는 감정 아래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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