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쇼' 홍정남, "항상 꿈꾼 이 장면, 기회 꼭 잡겠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3.06 05: 59

"항상 이 장면을 꿈꿨다. 마침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겠다".
홍정남(30, 전북 현대)의 이름은 축구팬들에게 낯설다. 관심이 많다면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29, 장쑤 쑤닝)의 형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 홍정남은 올해로 프로 데뷔 11년차가 됐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K리그 출전이 26경기에 그쳤다.
10년 동안 26경기에 출전했다는 건 주전 골키퍼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한 팀에는 3~4명의 골키퍼가 있다. 그 중에서 빛을 볼 수 있는 건 1명밖에 없다. 부상으로 주전 골키퍼가 다치지 않는다면 다른 골키퍼들에게는 1군 무대를 밟을 기회가 없다.

홍정남도 마찬가지다. 2007년 전북에 입단한 홍정남의 앞에는 권순태(33, 가시마 앤틀러스)가 있었다. 홍정남보다 1년 빨리 데뷔한 권순태의 벽은 너무 높았다. 권순태가 다쳤을 때 기회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만큼 홍정남이 가진 100%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홍정남은 참고 참았다. 다른 골키퍼들이 지쳐 떠날 때도 홍정남은 전북 유니폼을 계속 입었다. 그렇게 10년을 참은 홍정남에게 올해 제대로 된 기회가 왔다. 권순태의 이적으로 '구멍 메우기식'이 아니라 주전 골키퍼로 한 시즌 동안 골문을 지킬 기회가 주어졌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다른 골키퍼의 영입은 생각하지 않았다. 정남이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10년을 세컨드(second) 골키퍼 역할을 해내며 희생했다"며 "기회를 잡아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1~2경기 선방을 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정남은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전남 드래곤즈의 계속된 슈팅을 버텨냈다. 전남이 시도한 10개의 유효 슈팅 중에서 골라인을 넘은 건 단 1개에 불과했다. 급작스러운 투입이 아닌 철저하게 준비한 홍정남은 예전과 달랐다.
홍정남은 "이겨서 너무 기분이 좋다. 골을 넣어준 (김)신욱이와 (김)진수에게 고맙다. 큰 실수 없이 잘 마무리 해서 이기게 돼 감사하다"면서 "항상 이 장면을 꿈꿨다. 내가 경기에 뛰고, 이기고, 인터뷰를 하는 상상을 했다. 마침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겠다"고 밝혔다.
홍정남의 선방은 경기 내내 2만여 관중들의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전반 29분과 전반 33분 최효진과 연제민이 골대 바로 앞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홍정남에게 막혔다. 또한 후반 19분에는 페체신의 기습 중거리 슛에 빠르게 반응해 몸을 날려 쳐냈다.
홍정남은 "막은 슈팅들은 역습 때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 장면에 대해 많은 훈련을 했다. 슈팅을 막는 것도 많이 훈련했다. 최은성 코치님께서 잘 도와주셨다.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실점을 한 만큼 100%의 만족감은 있을 수가 없었다. 홍정남은 "실점 장면이 가장 아쉽다. 수비수들과 사인이 잘 맞지 않았다. 차차 보완을 해야 한다. 다음 경기는 무실점을 해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고 더욱 좋은 경기력을 다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