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는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전편의 성공으로 후속편을 제작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이런 현상을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또는 ‘2년 차 징크스’라고 부른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루키로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후에 두 번째 시즌에 부진을 겪는 ‘2년 차 징크스’는 존재한다. KLPGA에서도 많은 프로 선수들이 ‘2년 차 징크스’를 겪으며 힘든 시련을 겪기도 한다. 지난해 루키로 화려하게 데뷔해 올 시즌에 ‘2년차 징크스’와 맞서 싸울 KLPGA 2년차 선수들이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다. 2017년을 과연 그들의 해로 만들 수 있을까?
지난 시즌은 유독 시작 전부터 신인들에 대한 골프팬들의 기대가 컸다. 2015 KLPGA 드림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올라온 179cm 장신의 장타자 박지연을 시작으로 시드순위전에서 1위를 기록한 이효린, 국가대표 출신 이소영, 이정은6 등 골프팬들의 이목을 끄는 선수들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2017 KLPGA 관전 포인트 2편에서는 이제 신인 딱지를 떼고 2년 차 투어프로로서 2017년을 보낼 5인방을 소개한다. 지난해 신인왕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이정은6와 이소영의 재대결이 기대된다. 또, 지난해 루키로서 KLPGA투어에 적응을 마치고 올 시즌이 기대되는 김지영2, 임은빈, 이다연을 집중 탐구해 본다.
▲ 2016 KLPGA NH투자증권 신인왕 이정은6 vs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 우승자 이소영 RE-MATCH!
이소영은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16’에서 4위를 기록하고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이름있는 선배들을 차례로 큰 홀 차이로 이기며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보여줬다. 64강에서 지한솔을 만나 6&5로 크게 이겼고, 베테랑 안시현과 대결한 32강에서는 5&4로 경기를 마치며 신인의 패기를 보였다. 16강에서 만난 김해림과는 22홀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챙겼지만, 체력을 많이 소진한 이소영은 8강에서 박성현과의 대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승부 끝에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본인의 이름 석 자를 골프팬에게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한 신인의 돌풍이었다. 그 후 이소영은 7월에 열린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왕 자리를 예약했고, 그 뒤를 쫓는 이정은6의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졌다.
이정은6도 지난해 국내 개막전인 ‘제9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6위를 기록하며 골프팬들에 이름을 알렸고,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에서의 기록한 7위를 시작으로 3주 연속 톱텐에 이름을 올리며 상승세를 더해갔다. 그 후에도 이정은6는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신인왕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여러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도 “마지막까지 신인왕 경쟁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신인왕은 생애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욕심난다”고 밝힐 정도로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둘의 대결은 시즌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형세로 이어지며 많은 골프팬의 주목을 받았다. 시즌 초반부터 신인상 포인트 1위를 달리며 신인왕의 강력한 후보였던 이소영은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시즌 두 번째로 컷 통과에 실패한 반면 이정은6는 3위를 기록하며 3점 차이 역전을 허용했고, 나머지 두 대회에서 격차를 줄이지 못하며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이정은6에 내줬다. 이소영은 KLPGA 명예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가 1승과 신인왕이었다. 신인왕을 놓쳐서 아쉽지만, LPGA 신인왕에 도전하면 되지 않겠나”며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지난해 기록을 보면 둘의 우위를 가릴 수 없다. 평균 타수로 봤을 때 이정은6는 71.68타로 13위를 차지했고, 이소영은 71.90타로 17위를 기록했다. 이소영은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부분에서 5위(252.29야드)를 기록하고 장타를 바탕으로 그린 적중률에서 75.31%(9위)를 기록, 장타자의 면모를 보였고, 이정은6는 페어웨이 안착률에서 77.92%(26위)를 기록하며 정확한 티샷을 바탕으로 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둘 다 루키로서 임한 지난 시즌에 26번(이정은6), 27번(이소영)의 컷 통과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으로 플레이 했으며, 이정은6는 28개 대회에 출전해 7번 톱텐에 이름을 올렸고 이소영은 29번 출전에서 6번 톱텐에 진출하며 용호상박의 모습을 보였다.
이정은6는 “지난 시즌에 루키로서 선배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날씨를 이용하는 노련함을 배우고 싶다. 2017시즌은 부족한 쇼트 게임을 보완해서 팬 여러분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소영 역시 “지난 시즌에 목표했던 목표 50%를 달성했다. 지난해 이소영에게 80점을 주고 싶다”며 “이번 동계 훈련을 통해 체력 증진과 쇼트 게임 연습에 집중해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이소영을 골프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이번 시즌에는 이 둘의 대결이 어떻게 될지, 지난 시즌에 이어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질지 골프팬들의 주목된다.
▲ KLPGA 적응은 끝났다, 2년차 징크스는 없다! 김지영2 vs 임은빈 vs 이다연
시즌 초반에 열린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박성현과 연장전에 돌입하며 호각의 플레이를 선보인 김지영2는 골프팬들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도 김보아, 홍란, 정슬기를 차례로 꺾으며 8강까지 진출했고,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016’에서 4위를 기록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그 후 KLPGA 메이저 대회인 ‘이수그룹 제38회 KLPGA 챔피언십’에서 배선우와 다시 한번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우승컵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김지영2는 지난해 27개 대회에 참가해 20번 컷 통과를 해냈고 톱텐에 6번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에 대해 김지영2는 “연장전에서의 2번의 패배가 아쉽고 계속 생각이 나지만 루키로서 처음 뛴 정규투어 결과가 생각보다 좋아 만족하고 있다”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지영2는 “지난 시즌은 60점을 매겼다. 그린 주위에서 실수가 잦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다양한 샷을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40점을 깎은 것”이라며 지난 시즌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가감 없이 밝혔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 248.75야드(17위), 그린 적중률 71.31%(31위), 평균 타수 72.42타(27위), 톱텐 피니쉬율 17.86%(24위) 등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은 김지영2는 신인답지 않게 공격적인 스타일로 홀을 공략하는 선수 중 하나다. 지난해 신인 중에서 박지연 다음으로 버디율(17.93%)이 높은 김지영2는 파4에서 버디를 많이 낚아 파4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2017시즌에는 첫 승을 기록하고 싶다는 김지영2는 “함께 플레이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2017시즌에는 첫 승과 함께 매 대회 코스레코드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 이제 올해로 2년 차지만 벌써 팬클럽이 생겼다. 김지영2를 사랑해주시는 ‘뮬란’ 팬클럽 여러분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15년 2월 호주에서 열린 ‘호주 NSW 아마추어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대형 아마추어 성은정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임은빈도 지난해 루키로서 KLPGA의 정규투어를 경험했다. 시즌 초반에는 정규투어에 대한 긴장과 코스나 분위기에 대한 적응이 빠르게 되지 않아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6월까지 11개의 대회에서 4번의 컷 탈락의 고배를 마신 임은빈은 그대로 무너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임은빈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7월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7월에 열린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와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016’에서 각각 11위와 12위를 기록하며 시동을 걸었다. 그 후 ‘BOGNER-MBN 여자오픈’에 5위를 기록하며 첫 톱텐 진입에 성공한 임은빈은 ‘OK저축은행 박세리 INVITATIONAL’에서 2위,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 2016’에서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정규투어에 서서히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임은빈이 기록한 성적은 본인에게도, 주위에서 응원해주는 가족과 팬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임은빈은 평균 타수 72.99타(50위), 페어웨이 안착률 49위(76.22%), 톱텐 피니쉬율 40위(10.71%)를 기록했고, 28개 대회에 출전해 톱텐에는 3번 이름을 올렸지만 총 10번의 컷 탈락을 겪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저조했던 이유에 대해 “TV에서만 보던 선배들과 함께 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는 심리적인 부분에서의 문제점을 밝힌 임은빈은 “신인다운 자신감과 패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잘하는 티샷과 아이언샷을 제대로 못 해서 아쉬울 뿐이다”며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임은빈은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처음으로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가대표를 같이 지낸 박결, 이소영과 함께 플레이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고 밝히며, “지난해에는 성적이 저조해서 TV에 자주 나오지 못했지만, 올해는 자신감 넘치는 임은빈의 장기를 모두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이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많은 골프팬에게 지난 시즌 신인 이다연은 생소할 수 있다. 이다연은 지난해 국내 개막전인 ‘제9회 롯데마트 여자오픈’과 5월에 ‘제3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4위를 기록하고 ‘제10회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잡으며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워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 후 슬럼프에 빠지며 10월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다연은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이후 ‘KB금융 스타챔피언십’까지 13개 대회에서 무려 12번의 컷 탈락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지난 시즌 중반의 부진으로 2017시즌 시드권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진 이다연에게 2016년 마지막 3개 대회에서의 성적이 그 어떤 우승보다 더 중요했다. 선선해진 날씨에 집중력을 끌어올린 이다연은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15위, ‘팬텀 클래식 With YTN’에서 7위를 기록하며 상금 순위를 59위로 끌어올렸고, 상금순위 60위 이내에 들어야 출전할 수 있는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다연은 최종 상금 순위 44위를 기록하며 잊지 못할 한 달을 보냈고, 극적으로 올 시즌 시드권을 지켜냈다.
이다연은 지난 시즌 KLPGA 명예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비염 때문에 숨을 제대로 못 쉬어 티샷에 문제가 생긴 것이 시즌 중반 부진의 가장 큰 이유였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체력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밝히며 연신 ‘체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동계훈련을 통해 체력과 쇼트 게임을 보완하여 올 시즌에는 ‘에너자이저 이다연’과 같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한 이다연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2017시즌 개막전 ‘2016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지난 시즌 박성현과 7승을 합작해 낸 장종학 전문캐디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다연의 2017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이 많은 이 세 사람에게 올 시즌은 ‘2년 차 징크스’를 극복해야 하는 더욱 치열한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임은빈과 이다연은 ‘2016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각각 2위와 11위를 기록하며 자신들의 가능성을 한 번 더 보여줬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SGF67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with SBS’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겨우내 동계 훈련에서의 성과를 누가 먼저 골프팬에게 보일 수 있을지, 그리고 KLPGA 2017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멋지게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시즌보다 올해가 기대되는 이정은6, 이소영, 김지영2, 임은빈, 이다연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본다./dolyng@osen.co.kr
[사진]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