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쫓는 윤균상·몰린 김정태...심리극 뺨친 ‘역적’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3.07 06: 39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심리극 뺨치는 사극으로 등극했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는 충원군(김정태 분)을 치기 위해 연산군(김지석 분)을 이용하려는 계략을 짜는 길동(윤균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길동은 "어찰을 받은 충원군을 우리가 어떻게 치겠냐"고 말하며 "그래서 우리 대신 임금이 충원군을 치게 만들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기방을 차렸다. 충원군의 추문을 만들고, 그의 인맥을 파악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

길동은 충원군을 대접하며 신임을 얻었고, 익화리 패거리들은 가짜 벼슬아치로, 조방꾼으로, 정보꾼으로 여기저기에 퍼져 충원군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길동은 충원군이 내수사의 재물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소문에 민감한 연산군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소문을 내기로 했다.
익화리 패거리들이 궁궐로, 시장으로 나서 소문을 내고 다니자 연산군은 곧 충원군이 나랏돈을 사용하고 여색에 빠졌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연산군은 실망했지만 충원군에 벌을 내리진 않았다. 이에 길동은 “왕을 화나게 만들 결정적인 게 필요하다”는 아모개(김상중 분)의 조언을 듣고 “역린”을 꾀하고자 마음먹었다.
충원군은 자기도 모르게 사지로 몰려갔고, 길동은 늘 충원군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면서 그를 절벽 앞으로 밀고 갔다. 이 형세는 관전하는 시청자만이 볼 수 있는 절경이었다. 거기에 길동은 충원군을 치기 위한 ‘패’로 왕을 선택하는 대범함까지 갖춰 이 ‘심리전’을 극한으로 밀어 붙였다.
길동과 익화리 패거리들이 각지에 흩어져, 다른 임무를 가지고 충원군을 치기 위한 물밑작업을 해나가는 모습은 하나의 케이퍼 무비(범죄자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강탈하기 위해 작업을 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장르)처럼 느껴지게 했다. 충원군의 몰락이란 ‘보물’을 강탈하기 위해 활빈당이 드디어 움직인 셈이다.
이들이 충원군을 잡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다름 아닌 ‘심리전’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길동은 어찰(왕의 편지)을 받을 만큼 연산군에 신임을 받고 있는 충원군을 자신들의 힘으로 친다면, 분명 익화리 패거리들이 피를 흘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모개도 걱정한 게 바로 그 부분이었다.
직접 움직이는 대신 길동은 소문과 정보를 교묘히 이용했다. 고집이 세고, 소문에 귀가 밝은 연산군이나 여색을 좋아하고 허영심이 많으며 남들을 깔보기 좋아하는 충원군의 성격을 이용해 하나의 ‘판’을 짜기도 했다. 그런 길동에게 연산군과 충원군은 그저 판 위의 말에 불과했다.
‘역적’은 길동의 활약으로 하나의 심리극으로 발전했다. 사극 같지 않은 세련된 솜씨로 시청자에 긴장감을 주는 드라마인 것. 트렌디함이 돋보이는 ‘역적’이 과연 길동의 반격을 성공시키며 시청자들에 시원한 쾌감마저 선사할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사진] ‘역적’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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