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돈스파이크 "열심히 하면 된다..거짓말은 안해요"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3.07 11: 43

 프로듀서 돈스파이크는 우직한 면이 있다.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한창 주가를 높여놨을 때도 여기저기 자신을 세일즈하며 곡을 쏟아내지 않았다. 도제 시스템을 갖추고, 곡을 팔기 급급한 일부 히트 작곡가와는 전혀 다른 행보.
도제보다는 수제 작곡가에 더 걸맞다. 대량 주문 생산 방식보다는, 한땀 한땀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장인과 더 닮았다. 같이 작업을 했을때 신뢰하고 모든걸 맡길수 있는 작품자란 이야기다.
1년 저작권료로 수억원이 버는 히트작곡가는 아니지만, 돈스파이크가 가요계에서 여전히 무게감있는 프로듀서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돈스파이크가 후배 뮤지션 양성에 나선다. 지난해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MBC아카데미 뮤직스쿨의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여기에서 뮤지션을 꿈꾸는 학생들을 직접 상담하고 가르치며 함께 꿈을 찾고 키워나가는 일을 맡았다.
돈스파이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와 꽤 잘 어울리는 일을 찾았구나라는 확신이 들 것이다. 학원을 운영하는 스타일도 그만큼 그와 닮았다. 재능이 보이지 않는 학생에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음악을 만들었던 그 정성으로 키워내는 후배 뮤지션들은 또 어떤 걸작으로 탄생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카데미 원장은 언제부터.
"2011년부터 원장직을 맡았다. 3년 정도 하고, 음악 작업에 집중하고 하려고 사표를 냈다가 지난해 9월에 콜이 와서 다시 맡아서 하고 있다."
-어떤 역할인가.
"원장이지만 직접 강의도 하고 상담업무도 하고 있다. 학생들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작업실도 이쪽으로 옮겼다."
-그래도 유명 프로듀서인데 굳이 아카데미를 하는 이유는.
"내가 워낙 자유분방하고 막사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이 일을 하고는 매일 규칙적으로 학원에 나오고 있다. 이걸 안했다면 더 여행 다니고 맛집 찾아다니다 벌써 파산했을 거다. 하하. 그리고 나도 나이를 조금 먹었다. 20년 정도 일을 했는데, 하다 보니 후배 양성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더라. 같이 음악하고 싶고,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기에는 어려운거 같고, 감도 떨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뭔가 직접적으로 음악을 하는 거 보다는 음악을 계속 하면서 젊은 친구들하고 맞춰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아카데미 자랑을 하자면.
"돈스파이크는 바빠서 학원에 이름만 얹어놨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상담이 들어오면 100% 내가한다. 사설 학원이 아니라 내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공격적으로 영업하지 않고, 마음에 없이 이거 배워라 저거 배워라 하지 않는다. 사실 음악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얘기도 한다. 또 학원 느낌이 아니라 음악 하는 친구들이 모인 커뮤니티 같은 느낌이다. 우리끼리 엠티도 가고 현장 실습도 많이 데리고 다닌다. 제일 싫어하는 게,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그래서 안 되는 애들에게 헛된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서 '열심히 하면 될거야'라는 거짓말은 못한다. 괜히 학원에 잡아두는 건 못한다."
-작곡가 지망생들이 가장 많이 찾아올 거 같은데. 그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먼저 해주나. 
"일단은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취미처럼 쉽고 단순하게 접근을 하는 게, 좋다. 보통 본인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 아닌가. 아무리 음악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어도 집에서는 음악을 하라고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걱정을 많이 하는 분위기인데, 너무 거창하게 시작해서 더 큰 부담감을 안을 필요는 없다.  작곡을 하고 싶으면 첫째 본인이 작곡가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헐리웃에 가면 개나 소나 본인을 배우라고 소개하지 않나. 아직 잡이 없을뿐이고,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직업은 영화배우다라고 하는데 감명 받았다. 작곡가가 취업을 해야 되는 건 아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작곡가는 작곡가다. 작곡가가 어디 패스해야 주는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일단 자신을 작곡가라고 믿고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작곡가란 믿음이 생겼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소설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과 비유를 하자면, 당연히 말과 글을 먼저 배우고 나서 글과 언어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처럼 음악적으로 사고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 아빠부터 시작해서 한 글자 한 글자 배워서 문장을 조합하는 것처럼 음악적인 언어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 앞서서는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편인지 소설인지 공상과학인지 사설인지 수필인지 정해야 한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정해야 문법이 달라지니까. 차근 차근 준비하면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정하는 게 1번이다. 근데 그걸 모르고 오는 거 같아서 답답하다. 질문들이 비슷비슷하다. 연예인들이 컴퓨터로 팍팍하면 음악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오해하게 한 측면이 있다. 자꾸 미디 얘기를 하는데 미디는 간단하고 편해서 하는 거지, 미디를 배워서 작곡을 하는 건 아니다. 워드프로세서 같은 거다. 편하고 편집 쉽고 보관하기 쉬운 편리성 때문에 쓰는 거다. 결국엔 내용이 중요하다. 워드 프로세서 잘 이용한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결국은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는 음악적인 공부가 필수적이겠다. 
"만드는 최소한의 방법은 배워야 한다. 워드 기능을 다 알지 않는 것처럼 기본적인 기능만 알아도 글을 쓰는데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기본적인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힙합이나 EDM을 하고 싶다면 디제잉 장비를 배워야 할 거고, 발라드나 영화음악은 오케스트라나 피아노를 배워야 할 거다. 근데 학원도 문제다. 자꾸 여기에 해법이 있는 거처럼 선전하며 '화성학이나 피아노 좀 배우면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화성학을 많이 알고 코드를 많이 알고 음악을 만들면 훨씬 쉽게 표현할 수 있겠지. 근데 그건 스펙트럼의 차이다. 단어를 100개만 알아도 쓸 수 있는 문장이 있고 글이 되는 것과 같다. 동요처럼 단순한 멜로디 코드도 있고. 지식이 많다고 음악하는 데 나쁠 것은 전혀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기성 작곡가 중에 건반을 하나도 못 치는 분들도 있다." 
-학원도 중요하겠다. 
"누구에게 어떻게 배우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힙합 같은 경우에도 직접 음악을 하는 분들에게 가서 가르침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은 교육 쪽하고는 거리가 멀고 활동이 너무 바쁘다 보니 누구에게 가르쳐주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고 다 잘 풀리는 건 아니다. 내 경험상으로는 음악이 차곡차곡 늘지 않는다."
-작곡가로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사실 프로페셔널 작곡가로 올라서는 건 또 다른 얘기다.
"대부분 거기에서 막힌다. 다른 것들은 배우면 어떻게 어디에 써먹을지 아는데, 음악은 그렇지가 않다. 열심히 한다고 어떻게 될지 정해지지 않는다. 음악 바닥이 폐쇄적이고 협소하다. 그래서 일단은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있으라는 얘기를 한다. 음악을 배워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학원이나 학교에 모여드는 건 사실 인맥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이 바닥이 그런 시스템이다.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음악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협업도 하다보면 기회의 범위가 넓어진다. 나 역시 같이 작업하는 친구가 3명 있는데 다 내 제자였다. 모르는 사람하고 하는 거 보다는 내 스타일을 제일 잘 아는 친구들과 일해야 편하니까." 
-좋은 음악을 만들면, 직적 회사에 보내는 방법도 있지 않나.
"외국에는 퍼블리싱 업체들이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좋은 가수와 매칭해서 보내주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기도 하고 사무실마다 A&R팀과 신인개발 프로듀싱팀이 있어서 퍼블리싱 업체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몇몇 히트작곡가가 독식을 하는 구조다. 히트작곡가에게 맡기는 건 프로덕션 과정에서 검증이 끝난거다. 포트폴리오, 데이터가 있어서 어떤 상품이 나올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거다. 데모만 듣고는 알수 없는 중간 과정을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신인작곡가는 데모 수준이 최고의 퀄리티이자, 이미 작품이라는거다. 데모도 중요하지만 사실 보컬 디렉팅, 악기 세션, 녹음실 문제, 사운드 문제 등 프로덕션 과정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데모만 가지고 곡을 컨펌하는 경우는 없다. 사무실로 곡을 보내도 듣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 제작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는 된다. 초짜 작곡가를 가르쳐가면서 작업 할 수는 없는 거다. 몇 년 간 준비한 앨범인데, 경제적 손실을 입으면서까지 할 수는 없겠지."
-우리나라는 도제 시스템이 보편적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작곡가 A의 곡이 사실은 그의 곡이 아니라, 제자의 곡인데 자신의 이름만 올려놓고 세일즈하는 그런 경우다.
"매우 안 좋다고 생각한다. 내게도 그런 제의가 있었다. 재미있는 건 신인 작곡가들이 거꾸로 그런 제안을 하더라. 곡을 줄 테니 이름만 얹어서 같이 하자는 제의인데, 난 특이한 사람이라 돈 벌고 성공하는 것 보다는 먹고 노는 거에 관심이 더 많다. 하하. 내가 게으르지만 나와 작업하길 원하는 건 내 색깔이 있어서다. 내 색깔이 아닌 다른 색깔로 곡이 나오면 그건 그들도 뻔히 알거다. 사람들이 원하는 내 색깔이 있는데 공장처럼 찍어내기 위해 작업을 돌린다면 내 음악 색갈이 변질되고 작곡가 자체의 색깔도 사라지는 거다. 공장식으로 작곡가들을 열명씩 놓고 돌리는 경우가 사실 많은데 그 자체가 수명이 굉장히 짧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공산품처럼 만드니까 전체적인 질이 하향평준화가 됐다. 작가들도 그걸 안다. 근데 덩치가 커졌으니 사무실은 굴러가야 되고 식구도 생겼고 하니 그냥 일을 하는거다. 그래서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수난을 겪는 경우도 봤다. 프로듀서 시대에는 작곡가에게 찾아왔지만, 지금은 무슨 곡이 필요해 말이 나오면 수많은 프로듀서들이 거기에 맞춰 주문제작하는 시스템이다. 컨셉트만 있고 레퍼런스만 있는 거다. 난 A&R팀이 없어져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작곡가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꼭 들어봐야 할 음악을 추천하자면. 
"음악을 들을 때 프로듀서를 찾아서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경우가 있다. 개인 취향으로 비욘세의 음악이 별로인데 어떤 곡들이 좋은 경우다. 그런 경우 그 어떤 곡들의 프로듀서가 같을 수가 있다. 그렇다면 내 취향이 비욘세가 아니라 그 프로듀서인 셈이다.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을 찾지 않는 거 같다. 스태프 연주자 녹음실 프로듀서가 누구인지 어디인지 디렉팅본 사람들은 누군지, 곡을 만드는 사람이 되려면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공부하는 자세가 좀 필요하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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