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 취중한담] 이동건·조윤희 열애, 최자·설리 결별...연예인 끼리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7.03.08 13: 59

[OSEN=유진모 칼럼]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양복점 신사들’은 끝났지만 이동건과 조윤희의 열애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돋보이는 커플 중 하나였던 최자와 설리는 2년여 만에 헤어졌다.
연예인 커플은 연예인을 더욱 신비스럽게 만드는 포장 중 하나다. 쉽게 보기 힘들어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간접적으로 볼 수 있거나, 공개된 장소라 할지라도 간신히 먼발치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연예인이 연애마저도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즐긴다. 당연히 연예인 부부가 많다. 연애해도 연예인 커플, 헤어져도 연예인 커플이다.
과연 연예인은 연예인끼리만 사랑하고 결혼하도록 DNA가 설정돼있거나 그렇게 변화한 것일까?

지금 아이돌그룹에 열광하는 청소년의 할머니가 10~20대였을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의 연애나 사랑얘기는 가두판매대 주간지에서나 볼 수 있었을 뿐 종합일간지나 9시 뉴스는 시선도 제대로 안 주던 ‘변방’에 불과했다. 사건 사고 관련 뉴스라야 제대로 취급됐다.
지금은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 캐스팅된 것조차 뉴스다. 연기 예능 노래가 주특기인 연예계 계약직노동자가 전 직장과의 계약이 끝난 뒤 쉬고 있다가 새 직장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게 이슈인 셈이다. 연예인은 ‘노동자’가 아니라 ‘스타’기 때문이다.
‘그 시절’엔 연예인이 노동자와 고급 프리랜서의 중간쯤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었다. KBS MBC TBC 3사가 직원채용 개념으로 전속 배우와 성우를 뽑았다. ‘장외’에선 영화감독들이 자기들만의 캐스팅 방식으로 ‘영화배우’를 뽑아 쓰긴 했지만 방송사에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배우들의 수입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드라마 출연료가 18등급 200만 원(회당)에 불과했다. 최하위 6등급은 20만 원. 1992년 영화 ‘그대 안의 블루’로 강수연이 최초로 1억 원의 개런티를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금은 10억 원도 안 놀랍다.
조용필 서태지 등 일부 가수들이 일찍이 TV출연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자신들의 음악을 심도 있게 대중에게 알리기엔 방송사의 시스템과 시설 등이 미흡하다는 데 있었지만 터무니없는 출연료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인식된다.
주간지엔 ‘미남배우가 돈 많은 사모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거나 ‘미모의 여배우가 재벌과 어쩌고저쩌고’하는 가십기사가 많았다. 물론 여배우들은 주로 감독, 제작자, 재벌, 그리고 유명 방송인들과 결혼하는 사례가 동료 연예인과 결혼하는 것보다 많았다.
삶의 가치관이나 방식이 달랐던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 연예인의 수입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던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보다 매체는 훨씬 작고 적은 데다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다루는 매체는 손과 발을 더해 충분할 정도였지만 신비적 초월적 존재감에선 형편없이 부족한 직업이었던 이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젠 연예인도 연예인을 우러러보는 팬의 입장이 된 시대다. 레이디 가가는 마이클 잭슨 사후 엄청난 사재를 털어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진 그의 유품들을 사들여 박물관을 꾸밀 정도로 추종자임을 자처한다. 데뷔 전부터 그랬고, 그녀가 스타가 된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대중은 각종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다른 연예인을 보고 황홀해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그들도 사람이고, 태어나면서부터 엘리트가 아니었기에 대중과 똑같이 특정 연예인을 흠모하고 그걸 바탕으로 경외감이나 환상을 품기도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생계를 위해 종사하는 일에 대해 최고를 꿈꾸기 마련이다. 욕심은 인간의 본능이고, 행복에의 불만족은 팽창한 욕망의 어긋난 진화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없지만 다수는 그걸 모른 채 꿈꾼다.
그런 인간의 과욕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모델은 최신형 부가티 베이런이나 우아한 클래식 롤스로이스 같은 동종업계의 슈퍼스타나 대선배다. 가수지망생들이 SBS ‘K팝스타’의 세 심사위원의 단 한 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심리가 그런 것이다.
전문업계에서 일가를 이룬 선배는 철학으로 치면 플라톤이나 공자다. 그런 그들과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그건 바로 열반에 들어 천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출입증이자 신선의 신분증에 다름 아니다.
1980년대 초 유명 여배우 및 여가수가 요정에서 ‘알바’로 접대부를 했다는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당연히 돈 때문이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접대부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부와 지위가 보장된 게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로들은 까마귀 노는 곳엔 잘 가지 않는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갈지언정 ‘서민식당’이라는 이유로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찾아가는, 사서 고생하는 일은 없다.
이렇게 폐쇄적이다 보니 당연히 만나는 사람은 한정돼있다. 연예인 아니면 그들과 유사한 등급의 유명인이기 마련이다. 재벌도 있지만 재벌 못지않은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에겐 그냥 ‘그들만의 리그’ 안의 리거일 따름이다.
으레 ‘각자의 삶의 방식이 달라’ 혹은 ‘일이 과하게 바쁘다보니 자연스레 소원해졌다’가 연예인 결별의 이유다. 그리곤 역시 공식처럼 ‘좋은 동료로 남기로 했다’가 마무리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연예인이란 직업적 특성 때문이다.
연애의 본질만큼은 연예인은 일반인과 별 다를 바 없다. 동기나 과정 그리고 목표도 숫자의 차이일 뿐 엇비슷하다. 첫사랑과 결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두 번 연애하고 결혼하는 이도 많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 커플이 많은 이유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다. 배우는 작품을 만나면 배역을 분석해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자신이 그 인물이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게 기본이다. 연기력의 결과는 얼마나 배역에 푹 빠져있는가에 따라 나오기 마련. 직업이 이렇다보니 배우는 그 작품의 촬영이 끝난 뒤에도 가상의 인물에서 헤어 나오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극중에서 연인이나 부부였다면, 연애감정에 빠지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영화 ‘보디가드’에서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이 촬영 때마다 신경전을 벌이느라 감독과 스태프가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심지어 키스신에선 서로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흉을 보는 바람에 소문이 흘러나가면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에게 빠질까 두려워 일부러 견원지간 코스프레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만큼 할리우드에선 한 편 찍었다 하면 몇 커플씩 탄생한다. 요즘 한국도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고,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일에 있어서 고수를 만난다면 존경과 애정이 피어오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다만 세로토닌(행복호르몬)만큼이나 도파민(쾌락호르몬)이 한시적이란 게 문제다. 경제학에선 윌핑(WILFING, What was I looking for?, 비슷한 게 있는 데도 수많은 선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또 구매하는 쇼핑중독 심리)과 '지위상품'(내 지위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을 지적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한다. /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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