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일침, "WBC 예견된 실패, 야구계 전체 책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11 07: 51

"야구인 모두의 책임이다". 
김응룡(76)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실패를 예견하고 있었다. 김응룡 회장은 "대회 전부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 정신력 문제가 아니다. 연습 부족으로 전체적인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이 큰 이유"라며 "왜 연습이 안 됐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감독이자 최초의 야구인 프로야구 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30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에 오른 '야구계의 큰 어른' 김응룡 회장에게 WBC 실패의 이유를 물어봤다. 김 회장은 특유의 거침 없는 직설 화법으로 WBC의 실패를 야구계 전체의 책임으로 돌렸다. 다음음 김 회장과 일문일답. 

- 한국이 WBC에서 실패한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가. 
"대회 전부터 이번 WBC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 캠프가 2월에 시작됐다. 미국과 일본은 어렸을 때부터 개인훈련으로 캠프 시작 전부터 컨디션을 만들어오는 게 몸에 배어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줄 모른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아침부터 저녁까지 억지로 단체훈련을 시키서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개인훈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완전히 경기할 수 있는 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경기 감각이 안 되어있는데 어떻게 이기는가."
- 투혼 실종, 태도 논란으로 정신력의 문제란 지적도 있다. 
"지면 정신력이 약하게 보이는 것이다. 정신력의 문제는 아니다. 몸이 안 되어있었던 게 가장 크다. 연습 부족이다. 야구는 단기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인데 연습까지 부족했다. 타자들이 빠른 공에 못 따라가더라."
-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왜 그럴까. 
"글쎄, 세대교체보단 전체적인 멤버 구성이 잘 안 됐다. 좀 빠른 선수들이나 중간에서 쳐줄 선수가 필요한데 느린 선수들만 모아놓았다. 선발위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멤버 구성부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국제대회는 (세대교체를 떠나) 그때그때 잘하는 선수를 뽑는 분위기가 있다."
-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젊은 세대가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고등학교에 좋은 선수들 많다. 그런데 프로에 가서 몸이 고장 나고, 기대만큼 성장을 못한다. 프로에서 제대로 못 키운 것이다. 아마추어에서 선수들을 양성하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프로 감독·지도자들의 책임도 있다. 야구인들 전체가 서로 책임감을 갖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취약한 저변 문제로 풀뿌리부터 문제 있는 것 아닌가.  
"저변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요즘 인구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고교 야구팀 창단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학교 측에선 적극적이지 않다. 야구 인구가 많지 않으니 세대교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럴수록 아마추어와 프로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잘 보호하며 가르쳐야 한다. 지도자들이 잘해야 한다."
- 협회장을 맡고 나서 안에서 들여다본 현실적 문제는 뭔가. 
"요즘 리틀야구 아이들이 '공 10개 던지면 변화구를 7~8개 던진다'는 말도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10개 던지면 2~3개 정도 변화구를 던진다.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12월과 1월 겨울에도 고교팀들은 남쪽 지방이나 해외로 나가서 훈련에 경기까지 한다. 겨울에는 체력 훈련 위주로 하면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겨울부터 곧장 경기 위주로 한다. 날마다 경기를 한다고 한다. 선수들이 쉴 시간 없이 추운 날 경기하면 다칠 수밖에 없다. 요즘 젊은 감독들의 생각은 많이 다른 듯하다."
-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회의 제도적 방안은 있나. 
"대한체육회에서도 제지할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감독들이야 마음이 불안하니 겨울에도 훈련하면서 경기를 하고 싶을 것이다. 고교 팀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나가는 것도 좋지만, 복잡한 문제가 많다. 한 번 해외 나가는데 500만원에서 700만원 정도 든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큰 부담이다. 그래서 코치 하나 없이 내버려두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문제로 전지훈련을 못 나간다면 그 상처가 얼마나 크겠나. 협회장 취임한지 100일쯤 지났는데 골치 아픈 일들이 참 많다."
- WBC 실패가 앞으로 한국야구에 어떤 교훈이 되어야 할까. 
"다 같이 의견을 모아야 한다. 협회와 KBO 모두 미팅을 갖고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이번 WBC 실패는 야구인 모두의 책임이다. 마음이 아프다. 이스라엘은 이길 줄 알았는데 경기가 너무 안 풀리더라. 찬스에 더블 플레이 나오고…. 김인식 감독이 더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 역시 감독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야구계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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