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딛고 일어선 '오뚝이', 한화 불펜포수 조세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11 07: 53

"나이스 볼! 좋아 좋아~"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에서 치러진 한화의 캠프 불펜장은 언제나 쩌렁쩌렁 울렸다. 한화 투수들의 기를 팍팍 살려준 이는 올해로 7년차가 된 불펜포수 조세범(31). 한화 관계자는 "투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선수들과 프런트 모두 세범씨 칭찬이 자자하다. 궂은일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항상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고 칭찬했다. 
조세범에겐 이번 스프링캠프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8월 불의의 사고 이후 6개월 만에 돌아온 그라운드, 현장 복귀였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8월말 경기를 앞두고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지다 하주석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함몰된 사고가 있었다. 그 후 5개월을 쉬었지만 야구를 향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갔다. 

▲ 여전한 트라우마, 야구로 극복
푹푹 찌는 무더위의 여름, 사고는 예고없이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타구에 맞고 쓰러졌다. 오른쪽 광대뼈가 함몰됐고, 내출혈도 있었다. 조세범은 "사고가 났을 때 나도 놀랐다. 처음에 뇌출혈로 수술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아내는 태어난 지 50일 지난 아들을 들쳐업고 병원에 달려왔다"며 "나도 이러다 정말 무슨 일 나는거 아닌가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사고가 난 그날부터 5개월 동안 꼼짝없이 쉬었다. "팀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회복하는데 힘썼다"는 조세범은 "이번 캠프부터 다시 합류했는데 너무 기뻤다. 늘 하던 나의 일이 다시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전처럼 공을 받는 것은 어색함이 없었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그래도 사고의 트라우마는 아직 남아있다. 조세범은 "배팅볼을 던지는 건 아직 조심스럽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한 번 배팅볼을 던졌는데 공이 제대로 안 들어가더라"며 아쉬워한 뒤 "예전에는 외야에서 볼이 날아온다고 하면 그냥 봤는데 이젠 무조건 나한테 와서 맞을 것 같다.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배팅볼 던지는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조세범은 "마음의 안정이 될 때까지 던지지 않는 것이지, 다시 배팅볼도 던질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할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로 극복할 것이다"며 "처음 (김성근) 감독님이 오셨을 때 훈련량이 너무 많아 '버틸 수 있을까' 했지만 거기서 버티면 세상에 힘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힘든 분들도 다 참고 한다. 그에 비하면 난 행복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우리 선수들과 어울리며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긍정적으로 사람이 바뀌어가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 한화에 뿌리박아, 꿈은 불펜코치
서울중앙고-인하대 출신 조세범은 대학 때까지 포수로 활약했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2011년 롯데에서 불펜포수 일을 시작했다. 그해 7월부터 한화로 옮겨 지금까지 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야구를 했고, 포지션은 포수였다. 특기를 살리고 싶었다. 여태까지 해온 게 야구이고,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다. 불펜포수는 투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상태도 확인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불펜포수는 박봉에 드러나지 않는 음지에 있지만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이번 캠프에서 그는 하루에 400~500개씩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가장 훈련량이 많았던 날에는 무려 5시간에 걸쳐 900개의 공을 받기도 했다. 공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훈련 전후로 장비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도 불펜포수들 몫. 이처럼 고된 일이지만 조세범은 자신의 일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불펜포수로서 투수들의 공을 잘 받는 것, 기분 좋게 받는 것도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투수의 상태를 기억해두고 있다 어떠한지 말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말. 
앞으로 꿈은 무엇일까. 조세범은 "사람은 꿈을 크게 꾸라고 하지 않나. 목표는 불펜코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역할이 잘 안 되어있는데 내가 선두가 되고 싶다. 미국이나 일본은 불펜포수가 코치로 대우받는다고 들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하나 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보람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실제 메이저리그는 불펜포수 코치가 있고, 일본에서도 베테랑 불펜포수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 
조세범은 불펜포수의 꿈을 오로지 한화에서 이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다른 팀 제의가 와도 난 끝까지 한화다. 대전 출신은 아니지만 여기에 뿌리를 박았다고 생각한다. 한화만의 정이 있다. 신용과 의리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 한화 아니면 의미 없다"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한화에 대해서도 "작년과 비교할 때 투수들의 페이스가 많이 올라왔다. 안정감을 찾는 과정이다. 외인 투수들도 좋다. 특히 오간도 공은 미트의 손바닥 안 쪽까지 밀고 들어올 정도로 끝이 살아있다. 그런 공은 처음이었다"며 올 시즌 한화 투수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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