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경쟁 격화’ 롯데, 무혈입성·어부지리는 없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3.11 10: 05

어쩔 수 없이, 적임자가 없어서 주전을 맡기는 일은 없을 듯하다. 공석이 된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3루수 자리는 경쟁이 현재 진행형이고, 누군가는 경쟁에서 탈락해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할 수도 있다.
황재균(샌프란시스코)의 이름이 있는 한 롯데의 3루수 자리는 걱정이 없었다. 부상도 잘 당하지 않는 철인이었다. 연속경기 출장 기록도 이어가던 그였기에 굳이 3루 백업 혹은 대체자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황재균이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하자 3루수에 대한 고민이 눈앞에 다가왔다.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조원우 감독은 고민이던 주전 3루수에 문제에 대해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복귀하고 외국인 선수로 내야수 앤디 번즈를 영입하면서 내야 자원의 연쇄 이동이 생겼다. 예년과 달리 두터워진 내야 선수층으로 변모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1루 이대호-2루 번즈-유격수 신본기가 현 시점까지, 개막전 선발 명단과 가장 가까운 내야진 구성이다. 3루만 정해지지 않았다. 황재균의 빈자리가 워낙 큰 상황이기에 섣불리 주전을 낙점할 수 없고,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도 많다. 몇몇은 실제로 1군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3루 경쟁은 전지훈련을 거치며 오승택, 문규현, 김상호, 정훈으로 압축됐다.
우선 3루 자리에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선수는 오승택이다. 오승택의 방망이 재능은 이미 확인한 바 있다. 풀타임을 뛰었을 시 꾸준함이 관건인데, 이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롯데가 장기적인 포석으로 3루수를 육성한다면 오승택이 그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번 애리조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강력한 3루 후보로 떠오른 선수는 문규현이다. 문규현의 수비력은 이미 유격수 자리에서 검증이 된 바 있다. 3루에서는 더 무난한 수비를 보여줄 전망. 그리고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1군 경험도 풍부하기에 3루수 부재의 혼란을 수습하고 내야에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여기에 2루 자리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번즈에 밀려난 정훈, 이대호의 복귀로 1루에서 직격탄을 맞은 김상호도 3루 경쟁에 합류했다. 정훈과 김상호 모두 의욕적으로 3루 펑고에 임했다. 기존 자리에서 밀려나더라도 멀티 포지션을 통해서 1군에서 생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다만, 또 다른 문제와 고민은 따라온다. 오승택의 문제는 수비력, 특히 송구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본인도 그 문제를 의식하고 있기에 발전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김상호와 정훈은 생소한 포지션인만큼 얼마나 빠르게 3루수로 혼란을 최소화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문규현의 경우는 주전으로 들어섰을 시, 내야 구성에 대한 고민이다. 문규현이 내야 전포지션 백업이 가능한 만큼 주전이 된다면 내야 전천후 백업 자리를 맡을 선수가 사라진다. 문규현 만큼 내야 전천후 백업 역할을 잘 해낼 선수는 롯데에서 찾기 힘들다.
롯데는 김주찬(KIA)이 떠난 이후 주전 좌익수 자리를 두고 수년간 고민을 거듭한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김문호로 주전이 굳어진 모양새이지만, 이전에는 1~2군을 오가는 선수들이 차례대로 들어서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황재균이 떠난 3루 자리도 좌익수 문제처럼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롯데가 시즌을 치르는데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양상은 어쩔 수 없는 무혈입성, 어부지리로 주전을 차지하지는 없을 전망. 모두 저마다 장점을 갖고 있고, 3루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1군 선수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대신, 그 자리가 주전이냐 백업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과거 좌익수 찾기와는 다른 양상임은 분명하다. 조원우 감독은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3루가 아직 경합 중이지만 근성을 가지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다”는 말로 3루 경쟁 구도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누군가는 롯데의 3루를 차지할 것이다. 그 때까지 핫코너를 두고 펼치는 경쟁 구도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jhrae@osen.co.kr
[사진] 오승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문규현-김상호-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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