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인 듀오, 김성근 30승 기대치 채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11 06: 28

“경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마음이 든든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구단에 확실한 외국인 투수 보강을 요청했다. 현재 마운드 상황으로는 상위권 팀들과의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구단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철수한 만큼, 전력을 보강할 지점은 외국인 선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의 기대치는 두 명 합쳐 약 30승이었다. 구단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 심혈을 기울여 외국인 투수를 찾았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선발 과정은 애를 먹었지만 출발은 좋다. 김 감독도 흡족한 눈치다. 투수 한 명의 선발이 늦어져 애를 태웠던 김 감독은 10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후 외국인 선수들이 경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알렉시 오간도(34),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화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간도는 2011년 13승을 거둔 것을 비롯, MLB 283경기(선발 48경기)에서 33승을 따냈다. 비야누에바는 476경기(선발 76경기)애서 51승을 기록했다. 두 선수가 MLB에서 거둔 승수를 합치면 무려 84승이다. 게다가 모두 지난해까지 MLB에서 뛰었다. KBO 리그 역사상 이런 경력의 조합은 사실상 처음이다. 연봉만 합쳐 330만 달러(약 38억 원)에 이른다. 구단은 최대의 투자를 해 현장을 화끈하게 밀어줬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역시나’다. 오간도는 오키나와 전지훈련 연습경기 당시 최고 152㎞의 강속구를 던졌다. KBO 리그 타자들이 경험하기 어려웠던 높은 타점, 예리한 슬라이더, 그리고 변형 패스트볼의 움직임 모두 수준급이었다.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오간도처럼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준비 상태에 높은 점수를 내렸다. 일정도 선수 스스로 짜게끔 내버려뒀을 정도다.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최고의 배려다.
뒤늦게 합류한 비야누에바도 차분히 몸을 만들며 개막을 조준하고 있다. 성품도 호평 일색이다. 영입 당시까지만 해도 비야누에바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던 김 감독 또한 직접 본 비야누에바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파워피처인 오간도에 비해 비야누에바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제구와 경기운영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의 코치가 되는 모습에서 그 가능성이 읽힌다.
모두 도미니카 출신으로 나이까지 같은 두 선수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두 선수 모두 동양야구가 처음인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비야누에바도 “오간도와 한국에 대한 적응, 어떻게 하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구단에서는 역시 도미니카 출신인 야수 윌린 로사리오까지 세 명의 선수가 만들어 낼 긍정적인 에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야구 적응은 모든 외국인 선수들의 관건이다. 이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이들의 또 다른 과제는 선발 전환이다. 오간도는 2013년 이후 선발 등판이 없다. 비야누에바도 2014년 선발로 5경기를 뛴 뒤로는 역시 불펜에서만 뛰었다. 공백이 있는 만큼 다시 선발투수로서의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나이가 적지 않은 선수들이라 어느 정도는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두 선수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간도는 일찌감치 몸을 끌어올리는 쪽을 택했다. 현재 오간도처럼 빠르게 이닝 소화를 늘리는 외국인 투수는 없다. 비야누에바도 “불펜피칭 1번, 라이브피칭 1번을 한 상태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거치며 개막에 맞추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전제조건이 성립된다면 김 감독이 원하는 ‘합계 30승’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화의 올 시즌 전망도 여기에 달려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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