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세력 대두’ SK 개막 엔트리 대폭 변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11 06: 28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즐겁다”던 트레이 힐만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SK가 플로리다·오카나와 전지훈련에서 젊은 선수들의 뚜렷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6년 개막 엔트리와는 구성원이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BO 리그 사상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인 힐만 감독 체제로 2017년을 맞이한 SK는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캠프를 거치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힐만 감독은 “투·야수들 모두 포지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도 어느 선수를 어느 포지션에 쓸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모든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행복한 고민을 드러낼 정도다.
전체적으로는 베테랑 선수들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힐만 감독도 베테랑 선수들을 중용하고 우대하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몇몇 젊은 선수들은 콕 집어 성장세를 기뻐하고 있다. 물론 “스프링캠프 스타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격언은 유효하다. 그러나 지금 막 튀어나온 선수가 아닌, 구단이 최소 1~2년 이상 공을 들인 선수들이 캠프에서 맹활약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연습경기 성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야수진에서는 김동엽이 홈런포 3방을 치는 등 타율 3할7푼5리, 장타율 0.938의 괴력을 뽐냈다. 장타율은 홈런 4개를 친 지난해 홈런왕 최정(1.118)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힐만 감독이 가장 주목하는 92년생 듀오 정진기와 박승욱도 눈도장을 받았다. 정진기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8개)를 때렸고, 타율 4할에 장타율 0.600을 기록했다. 박승욱은 꾸준히 유격수로 뛰며 타율 2할8푼6리로 선전했다.
마운드에서는 지난해 팀 내 신인왕이라고 할 수 있는 김주한이 좋은 구위를 이어가며 호평을 받았다. 김주한은 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5개를 기록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2차 1번 지명자인 김성민도 4⅔이닝에서 평균자책점 1.93으로 구단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두 선수는 오키나와 캠프 입성 전 추린 9명의 선발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다. 시범경기까지 이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그 외 ‘차기 마무리’로 뽑히는 서진용은 3경기 3이닝에서 6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캠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이에 지난해에 비하면 개막 엔트리가 상당수 바뀔 가능성이 있다. 선발이 다 합류하지 않는 개막 3연전을 지나 사실상 엔트리 완성이라고 볼 수 있는 지난해 4월 6일의 27인을 보면 변화의 폭이 적지 않을 것임을 느낄 수 있다. 포수 포지션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에서는 얼굴이 꽤 많이 바뀔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개막 엔트리 합류가 가장 유력한 김주한 서진용 박승욱은 지난해 명단에 없었다. 후보군인 김동엽 한동민 김성민 정진기 또한 지난해 개막 엔트리에는 없었던 선수들이다. 5선발 후보 중 하나인 문승원, 기량이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김태훈, 최정민의 부상으로 우선권이 주어질 것으로 보이는 최정용, 대주자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김재현 등의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3~5명, 많으면 10명까지도 명단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베테랑 선수들의 아성이 만만치 않고, 초반은 ‘안전’ 위주로 갈 가능성이 꽤 크다는 점에서 이 선수들이 모두 개막 엔트리에 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구단이 장기적인 포석에서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어차피 2017년보다는 ‘에이스’ 김광현이 돌아올 2018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SK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들의 단점을 차근차근 보완해가는 로드맵을 모두 그려놓고 있다. 14일부터 시작될 시범경기도 그런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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