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차이는 없었다".
미국야구대표팀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을 WBC 사상 최초로 결승에 이끈 짐 릴랜드(73) 감독은 접전 끝에 패한 일본에 경의를 표했다. 실력 차이는 거의 없었다며 일본 선발 스가노 도모유키(28)를 '메이저리그급' 투수로 극찬했다.
일본 '풀카운트' 보도에 따르면 릴랜드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일본은 기초에 충실한, 견고한 팀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투수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바깥쪽 패스트볼 제구가 좋았고, 스리볼에서도 슬라이더를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선발투수인 스가노를 가리켜 "메이저리그급 투수다.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일본 선발로 나온 스가노는 6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미국 타선을 잠재웠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 스가노는 2013년 데뷔 후 4년간 101경기 44승28패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 평균자책점 1위로 MVP와 베스트나인에 뽑혔고,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2.01) 탈삼진(189개) 1위를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스가노는 메이저리그급 구종을 갖고 있다. 4가지 구종으로 6이닝 동안 81개 공을 던졌다'며 '스가노의 포심 패스트볼 회전율은 2513회로 지난해 코디 앨런(클리블랜드), 다르빗슈 유(텍사스)와 비슷한 수준이며 커브도 평균 2859회, 최대 3079회로 지난해 200구 이상 커브를 던진 투수 중 5명만이 그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투수뿐만 아니라 일본의 야구 스타일도 릴랜드 감독에겐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릴랜드 감독은 "일본은 우리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싸웠다. 번트를 하고 주자를 움직이며 도루를 했다"며 "결국 1점 차이였다. 8회 결정적인 장면에서 하나의 실수를 했고, 우리에겐 이점으로 작용했다. 이건 팀의 실력 차이가 아니다. 일본 투수들은 아주 잘 던졌고, 우리가 조금 더 좋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일본은 1-1 동점으로 맞선 8회초 1사 2·3루에서 아담 존스의 땅볼 타구를 전진수비한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가 한 번에 잡지 못하고 더듬는 바람에 홈 승부를 하지 못했다. 이 점수가 결국 결승점으로 연결됐다. 작은 실수 하나 차이로 승패가 갈렸고, 릴랜드 감독은 '운'에 좌우된 승부라며 일본을 인정했다.
지난 2006년 1회 WBC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끈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도 "결승에 올라가지 못해 아쉽지만, 고쿠보 히로키 감독 이하 선수들을 잘 뛰어줬다. 비록 2점을 내줬으나 투수들의 내용은 좋았다. 5점차나 10점차가 아니었다. 작은 차이였는데 진 것 같지 않은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이어 오 회장은 "미국도 예전에는 힘의 야구를 했지만 이제는 세밀해졌다. 야구가 진화하고 있다"며 "미국 등 야구를 활발하게 해온 나라들의 WBC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다. 처음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 다음 대회에는 더 큰 기대를 갖게 되고, 그만큼 내용이 충실해질 것이다"고 2021년 대회를 기약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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