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첫 걸음이 꼬였다. 시즌 첫 세 경기를 마쳤을 때,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2.27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파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 원래부터 슬로스타터라고 해도, 페이스가 작년에 비해서는 늦게 올라왔다. 여기에 오승환도 모르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해와 비교해 투구폼이 미세하게 바뀌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도 잘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은 변화였는데 이는 오승환의 투구 위력을 조금씩 깎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분석 끝에 오승환의 잘못된 폼을 찾아냈다. 데릭 릴리퀴스트 세인트루이스 투수코치는 투구시 발을 내딛는 위치가 지난해에 비해 조금 바깥쪽으로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한창 좋을 때는 타자를 똑바로 향하는데,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폼의 완결 동작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릴리퀴스트 코치는 곧바로 오승환과 이야기를 나눴고, 오승환도 이에 동의했다.
오승환은 지난 밀워키와의 4연전 기간 중 “투수코치가 잘 지적을 해주셨다. 폼이 많이 바뀐 것은 아닌데, 기분적으로 더 좋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정확한 포인트를 잘 찍어줘서 연습을 많이 했던 부분이 좋아진 비결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오승환은 일주일 사이에 5개의 세이브를 쓸어담을 수 있었다.
릴리퀴스트 코치는 “오승환이 노력을 많이 해 확실히 좋아졌다”라면서 흔쾌히 자신의 제안을 받아준 선수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또한 최근 빠른 공 구위가 좋으니, 슬라이더보다는 빠른 공으로 승부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언도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간혹 메이저리그(MLB)의 정상급 선수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승환은 확실히 2016년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오승환은 밀워키와의 4연전 중 마지막 3경기를 책임지면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3경기 모두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은 경기였는데 탈삼진 5개를 기록했고 피안타는 2개(피안타율 0.182)에 불과했다. 3경기 오승환의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432로 이는 시즌 피OPS(0.941)보다 크게 낮다. 오승환이 정상궤도에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다. 빠른 공은 이제 감과 구위를 모두 찾았는데 아직 결정구인 슬라이더의 위력은 다 돌아오지 않았다. 오승환도 이는 과제로 뽑았다. 하지만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여름으로 갈수록 강한 선수고, 시즌을 치르는 노하우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필요 없다. 오승환의 2017년은 이제 막 시작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