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볼티모어)의 2016년 4월은 추웠다. 큰 기대를 모으며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았지만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부진으로 첫 걸음이 엉켰다.
마이너리그행 권유를 거부한 김현수를 볼티모어는 철저히 외면했다. 4월 한 달간 기회는 거의 없었다. 벤치를 지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김현수가 가진 타격이라는 송곳은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나왔다. 제한된 기회에서도 계속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볼티모어도 더 이상 김현수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김현수는 팀의 주전 좌익수로 시즌을 마쳤다.
엉킨 첫 걸음을 바로잡는 데는 사실상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제대로 발걸음을 내딛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쉬이 오지 않는다. 팀의 철저한 외야 플래툰 속에 김현수의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김현수의 자질과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팀의 현재 시스템(외야 플래툰)에 만족한다”며 김현수를 포함한 플래툰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올해는 화려하게 날아오를 기회가 있을 줄 알았던 김현수에게는 답답한 시기다. 오히려 심리적인 박탈감은 더 심할 수 있다. 그러나 김현수는 담담하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오히려 김현수는 더 어려웠던 지난해 이맘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김현수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지역 언론인 MAS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비슷하다. 단지 날카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해도 이랬다는 것이 김현수의 생각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김현수는 지난해 4월 6경기에서 15타수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어쨌든 올해는 25일까지 10경기에서 26타수를 소화했다. 4월이 끝날 때쯤이면 지난해보다 배 이상의 기회라는 식이다. 김현수는 힘든 시기를 그렇게 이겨내고 있다. 지난해 이 고비를 넘기고 절반의 성공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인내는 더 강해졌다.
실제 투수들의 공을 보지 못하는 대신 피칭머신에 매달리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감을 유지하려 안간힘이다. 김현수는 MAS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도 이런 노력을 했다. 상황은 비슷하다”라면서 지난해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런 경험이 올해의 준비 과정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믿고 있다.
다행히 주위의 시선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 이맘때 김현수는 팀의 마이너리그 권유를 거부한 미운 오리에 가까웠다. 개막전에 받은 야유가 이를 증명한다. 언론도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올해는 언론과 모든 팬들이 김현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될 법하다. 그런 김현수는 24일 경기에서 좌완 상대 MLB 첫 안타에 이어, 25일에는 올 시즌 첫 홈런까지 터뜨리며 반등을 알렸다. 김현수가 가고 있는 방향은 여전히 차분하고, 더 성숙해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