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불펜이 드디어 필승 공식을 찾아낸 듯 하다. 장시환(30)의 합류가 낳은 결과다.
롯데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접전의 상황이었기에 다소 불안감이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롯데는 큰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경기였다. 불펜진의 필승 공식이 사실상 처음으로 가동되며 승리를 챙긴 경기였기 때문.
롯데는 이날 선발 송승준이 5⅔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고 내려간 뒤 장시환이 6회 2사후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장시환은 7회까지 1⅓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안정적으로 막아내고 내려갔다. 8회부터는 박시영이 올라왔다. 박시영은 볼넷 2개를 허용하는 등 불안감을 노출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대량실점 없이 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공을 손승락에게 넘겼고, 손승락은 8회 2사 2,3루에서 올라와 1⅓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다.
kt와의 2대2 트레이드로 합류한 장시환, 그리고 시즌 초반부터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맡았던 박시영, 마무리 손승락까지 이어지는 필승조가 사실상 첫 가동된 경기였다.
조원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장시환이 합류하면서 불펜이 확실히 두터워졌다”고 말했는데, 경기에 들어서자마자 달라진 불펜진을 여실히 보여줬다.
롯데는 이미 불펜 불안으로 다 잡았던 승부를 뒤집힌 경기들이 더러 있었다. 뒷문은 항상 불안했고, 박시영이라는 필승조 투수를 발굴했지만 과부하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박시영은 롯데 불펜진 가운데 가장 많은 13경기(15⅓이닝)에 등판 중이었다. 무엇보다 필승조 경험이 부족했기에 급박한 상황을 넘기는 힘이 아직은 부족했다.
하지만 마무리투수와 선발 투수 등 다양한 보직을 섭렵했던 장시환이 합류를 하면서 박시영에게 쏠린 과부하는 어느 정도 줄어든 상황이다. 승부처에서 투입할 수 있는 불펜진의 카드가 많아진 것은 당연히 불펜진이 두터워졌다는 방증이다. 장시환도 롯데 트레이드 이후 4경기(3⅔이닝)서 모두 무실점 투구를 펼치면서 롯데가 왜 자신을 필요로 했는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장시환-박시영의 필승조가 구축되면서 그 외의 투수들은 조금은 더 점수 차이가 넉넉한 상황에서 등판하며 컨디션을 찾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FA로 영입한 윤길현은 구위로는 괜찮은 축에 속하지만 여전히 맞아나가는 타구들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기에 점수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활용하며 컨디션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잠수함 배장호 역시 긴 이닝 소화는 물론 짧은 원포인트 릴리프로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장시환-박시영에 다양한 선수들을 조합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여력이 생긴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한동안 불펜 투수들이 돌아가며 그 순간을 극복하는데 급급했던 롯데였다. 하지만 장시환이 합류하면서 이제는 승리하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들이 생겼다. 조원우 감독도 “이제 불펜 싸움도 가능하다”면서 경기 후에는 “필승 경기를 풀어갔다”고 말했을 정도.
롯데는 현재 장점인 타선의 사이클이 침체된 상황에서 꾸역꾸역 버텨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불펜 필승 공식을 제대로 정립하면서 팀의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