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던 두산 베어스의 선발 라인업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시작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포수 양의지를 비롯해 내야수 허경민, 김재호, 오재원, 외야수 민병헌, 박건우 등 총 6명의 야수를 내보냈다.
9명 중 6명이 국가대표일 정도로 두산의 야수진은 탄탄했다. 동시에 그만큼 백업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은 팀 중 하나였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 백업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면서, 탄탄한 두산의 야수진에도 조금씩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최주환이다. 2루수 오재원이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 올리지 못하면서 최주환은 지난 22일 SK전에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3안타로 응답했고, 23일에는 비록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팀을 동점 위기에서 구해내는 천금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그리고 25일 넥센전에는 4-4로 맞선 3회초 주자 1,2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날리면서 역전 점수를 내기도 했다.
지난 17일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신성현도 타격에 시동을 걸었다. 25일 고척 넥센전으로 앞두고 에반스가 장염을 호소하면서 신성현이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트레이드 후 주로 대타로 나오면서 안타를 때리지 못했던 신성현은 이날 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했다.
류지혁도 2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 김재호가 어깨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사이에 23일에는 멀티히트를 치며 타격감을 올린 류지혁은 25일에는 대수비로 나와 8회 타석에 들어서 주자 1,2 상황에서 적시타를 날렸다.
외야 역시 경쟁의 장이 열렸다. 지난해 타율 3할3푼5리 20홈런 17도루 83타점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킨 박건우가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간 사이 외야 한 자리에 빈 자리가 생겼다.
가장 먼저 기회를 받은 정진호는 선발 첫 날인 22일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다음날 멀티히트를 쳤고, 25일에도 안타 하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여기에 이성곤, 조수행도 25일 각각 대타로 나오면서 각각 2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1군 적응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두산은 끊임없이 새 얼굴이 나타나면서 전력을 채워가면서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2014년 손시헌과 이종욱(이상 NC)가 FA로 팀을 떠난 가운데 김재호, 민병헌, 정수빈 등이 자리를 잡았고, 지난 2016년에는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김재환과 박건우가 기량의 꽃을 피웠다. 또 연이은 외인 선수의 부진 속에 오재일이 자리를 잡았다. 그만큼 지금의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은 백업 선수들에게는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을 극복하며 다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백업 선수들의 활약은 언제든 주전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두산은 치열한 내부 경쟁 속 한 단계 도약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