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귓속말'은 왜 '제 2의 펀치'가 되지 못했나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5.02 18: 44

'펀치'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이유만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귓속말'이다. 여기에 이보영이 주연을 맡았으니 이보다 금상첨화는 없다 싶었다. '제 2의 펀치' 혹은 그 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해도 좋을 상황. 하지만 뚜껑을 연 '귓속말'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 그 자체.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지친다는 반응이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예상대로 현재 월화극 1위를 달리고 있다. MBC '역적'에 두 차례 역전을 당하기도 했지만, 1회만에 시청률을 회복하며 16%대를 유지하고 있다. 매회 반전이 등장하고, 기 빨리는 싸움도 이어진다. 이보영 이상윤은 기본이고 깁갑수 강신일 권율 등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로 권력 3부작을 완성했던 박경수 작가는 초반부터 현실을 반영한 묵직한 스토리와 명대사들로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되어 누명을 쓴 아버지 신창호(강신일 분)를 구하기 위해 불법도 저지르는 경찰 신영주(이보영 분)는 자신을 배신한 이동준(이상윤 분)을 동영상으로 협박한 뒤 친구 조연아라는 이름을 빌려 비서로 잠입을 했다. 

신영주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던 이동준은 '신념의 판사'였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었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수록 이를 바로잡고자 신영주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적에서 동지가 된 두 사람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할려는 찰나 다시 신영주가 누명을 썼고, 신창호는 거짓 자백을 한 뒤 세상을 떠났다. 
아군과 적군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동준과 신영주 역시 자신들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거짓말과 자기 방어를 일삼는다. 연인 사이였던 강정일과 최수연(박세영 분)은 적이 됐고, 최일환(김갑수 분)은 강정일의 원수가 됐다. 하지만 이동준과 신영주만큼은 "괴물과 손 잡지는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며 진범 강정일(권율 분)을 잡고 태백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진, 또 전진했다. 그 과정에서 어김없이 반전이 터져나왔다. 실마리를 잡을라 치면 강정일이, 또 다른 기회가 왔다 싶으면 최일환이 먼저 치고 들어왔다. 
한 회에도 몇 번이나 반복되는 구도다. 결국 신영주와 이동준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오히려 신영주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지 못해 오열만 했다. 이렇다보니 시청자들이 '귓속말'을 보며 느끼는 피로도가 상당하다. 답답하고 복잡한 전개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여러 차례 같은 패턴이 이어지다 보니 이쯤되면 강정일이 반격을 하겠지, 신영주도 가만 있지 않겠지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더 높지만 화제성이 낮은 이유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반전도 한 두 번이지, 너무 많이 나오는 반전은 그 기능을 상실한다. 명대사도 마찬가지. 일상 대화 속에서 툭 하고 치고 나와 뇌리에 꽂힐 때 비로소 진정한 명대사가 되는 건데, 이번 '귓속말'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한 것.
그럼에도 '귓속말'에 거는 기대는 박경수 작가를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쪽대본이라 할지라도 박경수 작가의 작품은 그 자체로 믿음이 가기 때문에 시청자도, 출연자도 성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과연 박경수 작가가 명성답게 남은 회차 동안에는 속 시원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간절히 바라게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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