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망해도 키워라, 신인감독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04 09: 10

최근 한국 영화의 큰 수확은 ‘천만 영화’를 배출하는 양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지만 탄탄한 실력과 자신만의 시각을 가진 신인 감독들의 영화가 실력파 스타 감독들의 상업영화 못지않은 완성도로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잉투기’의 엄태화 감독, ‘힘내세요 병헌씨’의 이병헌 감독,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이호재 감독,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 ‘들개’의 김정훈 감독 등의 데뷔작 혹은 첫 장편,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부산행’은 탄탄한 스토리, 압도적 비주얼,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깊이 남아있는 작품이다.
모든 신인 감독들의 꿈 중 하나는 첫 번째 장편 영화를 만들어서 입봉하는 것이다. 거기에 손익분기점까지 넘긴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대단한 감독을 꿈꾸더라도 자본이 없고, 명성이 없다면 투자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 한 번 작품을 말아먹는다면 몇 년간 창작 활동을 할 앞길이 막히기도 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긴 해도 판에 박히지 않은 신작을 만들기 위해 국내 실력 있는 신인 감독과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현재 CJ문화재단이 신인 영화인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S, YG케이플러스가 단편영화 판을 키우기 위해 운영하는 ‘디렉터스TV(Directors TV)’,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의 신인감독 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 버터플라이를 활성화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처럼 우선 사회적 기반이 갖춰져야 하고 그 다음에는 감독들이 실행할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꾸준히 단편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단편작으로 주목을 받고 난 뒤, 장편 영화로 이름을 날린 감독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또 국내외 명성 높은 영화제만이 아닌 단편영화제도 많다.
외국의 사례를 들자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은 단편을 디딤돌 삼아 장편 데뷔에 성공한 감독이다. 이 단편은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 받아 성공한 덕분에 제작비를 지원 받았고 그는 첫 장편 ‘바틀 로켓’을 만들었다. 이제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중견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재능과 역량을 지닌 신인 감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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