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계와 방송계를 빛낸 주인공들의 공로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백상예술대상. 53회째를 맞이한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치열한 경쟁 끝에 박수받아 마땅한 수상자들이 탄생했다. 감격의 순간, 수상자들은 때로는 눈물 흘렸고, 때로는 환호했다. 지난 3일 진행된 제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있었던 의미있는 순간의 이모저모를 되돌아봤다.
#류준열, 방송부터 영화까지 신인상 올킬…백상의 남자로 불러다오
지난해 tvN '응답하라 1988'로 TV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던 류준열은 올해는 영화 부문에서 '더 킹'으로 신인연기상을 거머쥐었다. 평생 한 번도 받기 힘들다는 백상의 신인연기상을 방송, 영화 두 부문에서 모두 수상한 것. 백상의 남자로 불러도 좋을 쾌거였다.
TV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시상하고 자리에 돌아온 류준열은 수상자로 호명되자 얼떨떨한 얼굴로 무대로 향했다. 류준열은 "시상에 집중하다가 앉자마자 다시 불러주셨다.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 마냥 행복했던 기분이 해가 지날 수록 작은 고민들이 생겨나면서 요즘에 감사하는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거는 작은 거에 감사하는 것 같다. 이렇게 일생에 한 번 받을까 말까한 상을 두 번이나 주셔서 크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 킹'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등 선배 배우들과 영화 촬영 기간 동안 함께 했던 드라마 '운빨 로맨스' 식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故 김영애, 백상에서 다시 피어난 영원히 아름다운 배우
4월 암 투병 끝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 김영애는 이날 공로상의 주인공이 됐다. 김영애의 유작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함께 한 라미란과 박신혜는 공로상의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눈물로 고인을 그리워했다.
라미란은 "제가 이 자리에 서도 되나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함께 하며 지켜본 선생님의 연기 열정에 대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크고 단단한 아름드리 나무 같던 김영애 선생님, 저희에게 보여주신 불꽃같던 연기 정신 결코 잊지 않겠다"고 눈물을 쏟았다. 박신혜 역시 "김영애 선생님은 어렵고 까마득한 대선배님이시기보다는 가족처럼 손잡고 이끌어주셨던 분이다. 선생님은 연기자라는 직업에 긍지를 갖게 한 분"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무대에 설 수 없는 故 김영애를 대신해 그의 아들 이민우 씨가 무대에 나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민우 씨는 "직접 받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편찮으실 때 진통제까지 거부해가며 연기했다. 어머니도 좋아하실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겨 수많은 후배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병마 중에도 놓지 않았던 故 김영애의 연기 열정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통해 다시 한 번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겨준 고귀한 연기혼은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할 것이다.
#유인식 PD, 묵직한 소감의 무게
'낭만닥터 김사부'로 TV부문 연출상을 수상한 유인식 PD는 묵직한 소감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드라마를 위해 밤낮없이 고생해준 스태프, 배우들, 그리고 자문해준 의사들에게 공을 돌린 유인식 PD는 "김사부 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냐고 많은 분들이 물었을 때 어딘가에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는데, 지난 겨울 춥고 바람부는 광장에 수많은 김사부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원칙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싸우시고,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이 저희 드라마보다 감동적이었다. 그 감동이 빛바래지 않고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짧지만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의미심장한 소감이었다.
#눈물, 또 눈물…감격의 눈물 릴레이
이날 시상식에서는 유독 눈물을 보인 배우들이 많았다. TV부문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닥터스' 김민석부터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도깨비'의 공유, '또 오해영'의 서현진, 영화 '덕혜옹주'의 손예진까지 배우들은 예상치 못했던 수상의 감격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공유와 김고은은 김은숙 작가의 대상 수상에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닥터스'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김민석은 "안 울어요"라고 말했지만, 이미 눈은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는 듯 붉게 충혈돼 있었다. 영화 '연애담'으로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신인상을 받은 이상희는 놀라움에 말까지 더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또 오해영'의 서현진은 1년이 지난 드라마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것에 대해 감격하며 "'또 오해영'을 아직까지도 기억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쏟았다.
손예진은 "왜 이렇게 울컥하는지 모르겠다"며 "작년 한 해에도 정말 너무 감사한 일과 사랑받는 일이 많았다. 올해도 이렇게 멋진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보였다. 가장 치열했던 TV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쥔 공유 역시 "지금의 고민이 훗날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공유는 김고은과 함께 '도깨비' 김은숙 작가의 수상에 눈물을 펑펑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드라마 작가 사상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의 대상 영광을 거머쥔 김은숙 작가의 수상에 감격한 듯 눈물로 기쁨을 표현했다. /mari@osen.co.kr
[사진] 백상예술대상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