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설경구 "영화감독은 피말리는 직업, 연출 생각 없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10 10: 53

 (인터뷰②에 이어) 설경구는 1986년 뮤지컬 ‘포기와 베스’에, 4년 후인 1990년 MBC 드라마에 단역으로 첫 출연하며 처음으로 연기를 경험했다. 무명시절에 몇 편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아온 것인데, 처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으나 감독이 되려면 연기도 해봐야 한다는 선배들의 권유로 연극을 접하면서 매력을 느꼈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 영화 ‘박하사탕’ ‘공공의 적’ ‘오아시스’를 통해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등 국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설경구는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감독은 피 말리는 직업이다. 대학교 때 연출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배우를 하면서 아예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설경구는 “감독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결정을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다. 대한민국에서 정말 힘든 직업이 아닐까싶다. 다 알아야 하고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한다. 근데 변성현 감독은 모르면 모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설경구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로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천만 관객수를 돌파한 데 이어 2009년 재난 영화 ‘해운대’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보유한 배우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연이은 흥행 실패에 대해 "'루시드 드림' 촬영 후, 흥행을 떠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과를 떠나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내 자신이 창피했다"며 "그때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불한당'보다 먼저 찍었는데 마침 그런 생각이 들었던 차에 (살인자의 기억법 캐릭터를 위해)'더 늙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설경구는 "앞서 '나의 독재자' 때 특수분장을 해서 한 번 늙어봤기 때문에 분장으로 또 다시 늙는 건 싫었다. 건조한 느낌으로 늙었으면 싶었다"라며 "나에게 창피한 생각이 들었던 차에 '내가 한 번 늙어보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촬영을 하고 나니까 '나에 대해 쪽팔리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살인자 기억법'부터 '불한당'까지 갔다"고 전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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