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고소영 "10년만의 복귀, 예쁜 역 안 좋아보일거라 생각"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5.13 06: 00

(인터뷰①과 이어집니다.)
무려 10년만의 복귀였다. KBS 2TV '완벽한 아내'를 통해 긴 공백기를 깬 고소영은 여전히 쉴틈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 현장의 고충과 다시 연기한다는 설렘, 갈 곳을 잃은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처음에는 대본이 6부까지 나와있었는데, 재복이의 대사톤이 입에 잘 받아서 선택을 했었어요. 대중들이 저를 너무 차가워보인다고 하시지만, 저한테도 친근한 면이 있는데 들어오는 역도 차도녀나 섹시한 이미지가 많이 들어와서 재복이가 더 색달랐었어요. 10년만에 처음 나오는데 예쁘고 화려하게 나오는 게 좋아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재복이가 너무 좋았고 애착이 많았는데, 나중에 가면서 계속 개연성이나 주체성 없이 나오니까 답답했죠. 재복이 스토리에 집중하면 시청률이 안 나오니까 은희가 세게 가면서 재복이가 갈 곳이 없었죠."

특히 그가 연기한 심재복 캐릭터는 잊었던 여성성을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과 사랑을 되찾으며 '걸크러쉬'를 선사하는 초반의 소개와 달리, 이은희(조여정 분)에게 휘둘리고 바람난 남편 정희(윤상현 분)에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바. 
"제 자신이 이해가 안 갔어요. 아무리 자식 때문이라고 해도 구정희한테 계속 집착하는 모습이 충분히 설명이 됐으면 괜찮았을텐데 그게 아니니까. 그래도 자식들 이야기에는 확실히 몰입했던 것 같아요. 슬픈 연기하는 거나 감정 연기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래서 재복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충분한 개연성이 있었으면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아쉬웠죠. 사실 세 여자가 구정희를 사랑하는 게 제일 미스터리지 않았나요? 윤상현 씨도 저도 여자들이 왜 저를 좋아하는지 몰라요' 하더라고요(웃음)."
또한 고소영은 극중 강봉구 역을 맡은 성준과의 러브라인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는 무려 18살 차이지만 각자 역할에 몰입한 두 사람의 연기가 이러한 나이차를 지우고 은근한 설렘을 유발하기도 했다. 
"원래는 구정희랑 가정을 지키는 결말이었는데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나요? 너무 조선시대 발상이잖아요. 예전에 기네스 펠트로가 '우리는 헤어졌지만 동시에 부모다. 계속 이렇게 지내기로 했다'고 한 말이 결혼 8년차가 되니까 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재복이도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봉구랑 멜로가 있었지만 집안이 풍비박산 났는데 연하남이랑 알콩달콩하는 것도 이상하니까 성준 씨랑 그 선에 대해서 고민 많이 했어요. 사실 키스신도 있었는데 저희가 그냥 다 뺐어요. 봉구가 재복이한테 매력을 느끼는 과정을 일찍 풀었으면 키스신까지 갈 수 있었을텐데 그게 아니니까 갑자기 키스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정도로 풀었죠."
이처럼 '완벽한 아내'는 액션부터 멜로, 스릴러까지 온갖 장르가 섞인 전개로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쳤다. 덕분에 뜨거운 화제성을 누리기도 했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몇 배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었을 터. 
"여기서 온갖 장르 다 해본 것 같아요. 공포, 스릴러, 코믹도 있었고 어쨌든 멜로도 했고, 생활 연기도 하고 '드라마 하나로 다 하는구나' 했죠.  약간 정신적으로 혼돈이 왔어요. 이걸 순서대로 찍는 것도 아니고 너무 공사다망하게 가니까 정신병 걸릴 것 같더라고요. 끝나고 상담 받아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고소영은 '완벽한 아내'를 통해 얻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10년 공백이 무색한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입증한 것은 물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확인하고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 여러가지의 감정을 연기하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실제로 정희랑 할 때는 바가지 긁는 여자처럼 했다가 은희랑 할 때는 팽팽하게 긴장하면서 하고 봉구랑은 설레게 풋사랑을 연기하거나 여자친구들이랑 편하게 하는 대사 같은 게 좋았어요. 분위기가 안 좋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는 거의 대박난 분위기라고 했어요. 긴장감도 있어야 하는데 좋기만 해서 되겠냐고 할 정도로 시끄럽고 유쾌했어요. 대본이 어떻게 나올까 두려움은 있었지만 촬영 현장 나가는 재미는 있었어요."
(인터뷰③로 이어집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킹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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