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피해로 죽음 생각도"..'사람' 박상민을 일으킨 건 '가족' [종합]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5.14 08: 52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가수 박상민이 가정에서는 '바보아빠'로, 세상에는 '바보가수'로서 선행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오전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에서는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상남자 박상민의 반전일상이 그려졌다. 
박상민은 1993년 데뷔해 25년차 가수로, 선글라스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스타다. 데뷔 후 25년간 ‘멀어져 간 사람아’, ‘청바지 아가씨’, ‘해바라기’, ‘무기여 잘 있거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박상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에 대해 동료 가수들은 수많은 일화를 전했다. 홍경민은 "사우나 가서도 선글라스 안 벗는다. 차라리 팬티를 벗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마음도 여리다. 누가 부탁하면 거절 못한다. 정이 많다"고 말하며 박상민의 여린 심성을 전했다. 
카리스마 넘치던 무대 위 박상민과 일상 속 박상민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아침을 맞았다. 박상민은 청소기를 돌리며 "시간 날 때 마다 청소하고, 주말에는 제가 거의 한다"며 가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박상민의 두 딸은 그와 함께 '모닝댄스' 시간을 가졌다. 미모의 아내도 참여했다. 특히 박상민의 큰 딸 가경은 'K팝스타' 출신으로 이미 끼를 발산한 바 있다.
가경은 아빠 박상민의 노래에 맞춰 댄스를 추며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그런 딸들의 모습에 박상민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스스로 딸들을 학교까지 배웅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이렇게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돌아왔을 때 쉬고 있는 아내를 보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며 아내바보의 모습을 보였다. 
늘 씩씩하게만 보였던 박상민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그는 "돈 많이 벌었으나 그만큼 많이 사기 당해 날렸다. 피해 금액만 수십억 원"이라고 밝혔다.
박상민은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나를 힘들게 하는 몇 사람들 때문에 지금도 내가 해결하고 있다는 게 싫었다. 모든 게 재미 없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해서는 안 되는 얘기지만 '사람이 이래서 자살하는구나' 여러 번 생각했다. 뼈 빠지게 일해도 끝이 없더라"고 터널 속에 갇힌 듯한 당시의 마음을 회상했다.
박상민은 "주위에서 파산신청을 하라고 그랬다. 내가 용납이 안 되더라. 내가 당한거지만 치사한 것 같고, 자존심이 용납을 안 했다. 제가 열심히 해서 해결했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어려운 상황에도, 박상민은 선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기관들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봉사를 했고, '의리' 스케줄을 소화하고 다녔다. 가족들에게는 "오늘 '의리' 스케줄이라 돈 못 벌어온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박상민은 "제가 여건이 안 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는 계속 좋은 일을 했다. 주변에선 그런 제게 '분명 복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 마다 속으로 '언제 오니? 복 언제 오는 거야? 나름대로 좋은 일 하고 정말 행복하게 살았는데'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런데 옆에서 '네 자식들한테 간다고, 그 복이'라고 말하더라.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런가' 싶더라"고 말했다. 힘들 때 마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특히 첫째 딸 가경은 박상민의 끼를 꼭 빼닮아 가수를 꿈꿨다. 가경은 "콘서트장에서 아빠가 노래 부르는 걸 봤다. 고음이 나올 때 빛이 깔리는 걸 보며 '와' 이랬다. 정말 멋있었다"고 말하며 가수를 꿈꾸게 된 계기가 아빠라고 밝혔다. 
가경은 올해 초 학교를 그만두고 홀로 공부를 했다. 아빠의 유명세 때문에 학교에서 얼굴을 감추고 다녔다며 박상민의 아내는 걱정을 드러냈다. 박상민 또한 "주변 후배들을 보면 학교에 의지하지 않고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많이 외로울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 딸을 위해 박상민은 선배가수로서의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보컬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딸을 교육시켰다. 그 덕분에 딸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연습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박상민은 딸에게 아빠와 트레이너 두 가지 역할을 다 하는 게 힘든 일이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상민은 두 딸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가수로, 봉사자로 열심히 살았다. 수십억 빚도 그를 무릎 꿇게 할 수 없었다. 그가 오늘도 달리는 이유는 오로지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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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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