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뻔한 고부갈등도 사이다..'아이해'=역시 이유리 보는 맛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5.14 09: 45

 가족드라마의 한계가 분명 있다만, 뻔한 예비 고부갈등으로 치닫는 과정에도 이유리의 속시원한 발언들이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이유리의 대사를 들으려고 본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극본 이정선, 연출 이재상)에서는 변혜영(이유리 분)이 결국 결혼을 바라보는 가치관 차이로 차정환(류수영 분)과 헤어지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혜영은 변씨 가문에서도 가장 야무지고 센 캐릭터. 부모님과 할머니, 삼촌 부부, 4남매와 함께 성장했지만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기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즐길 줄 아는 인물이다.

그런 혜영에게 애초에 결혼은 어울리지 않는 제도였고, 결국 정환과 결별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정환은 혜영과의 동거를 양가 부모에게 들키게 되면서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혜영은 “결혼제도라는 게 인간의 수명이 40세일 때 만들어진 낡은 제도 아니냐. 이젠 우리는 백세시대를 넘어 120세를 바라보고 있는데 특히 이 한국사회에서 결혼은 여자한테 아주 불리해”라며 거절했다. 누구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가기보다는 나는 그냥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
시대와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그 변화를 담은 새로운 인물들이 드라마에 등장하기 시작한 요즘이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반영한 캐릭터가 혜영이기도 하다.
반면 기존의 드라마부터 쭉 있어왔던 ‘내 아들이 최고’라며 맹목적이고 삐뚤어진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는 전형적 캐릭터는 정환의 모친인 오복녀(송옥숙 분). 복녀와 혜영의 대화는 극 전개 흐름상 전형적이었으나, 혜영의 대사가 시원함을 선사했다.
일전 자신의 어머니를 도둑으로 의심했던 것에 대해서 “그건 선배와 상관없이 저의 엄마의 일이었다. 먼저 예의를 차려주셨으면 저도 예의를 차렸을 것”이라고 일침했고, 헤어지라는 말에는 “어떤 결정이든 선배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라고 해서 부당한 것을 따지지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약자가 돼 수그리는 모습이 아닌 혜영다운 당당한 모습이 또 하나의 탄산수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가족극이 늘 그래왔듯, 결국은 정환과 혜영이 결혼해 혜영은 시집살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개가 예상가능하다. 과연 이 새로운 캐릭터인 혜영에게 새로운 방향의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아버지가 이상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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